한·미 FTA 재협상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과 FTA로 상당한 변화를 겪어온 축산업계는 FTA 로부터 우리나라 축산업을 지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축산물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FTA로 인해 오히려 국내 생산기반은 약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한우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이후 농가수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생산도 위축돼 자급률이 급락하는 사태를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 호주 등 수출국 축산농가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축산단체가 한·미 FTA 재협상 추진과 관련해 미국정부에 현재의 축산물 협약이 파기되지 않도록 촉구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한·미FTA 재협상이 추진되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이어진 미국과의 FTA로 우리나라 축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정리했다.

 미국산 축산물 수입액 급증
 FTA 이전 평균보다 83% 늘어
 쇠고기 1kg당 가격 1만원 육박

'FTA 폐업보상' 중소 농가 급감
  번식·비육 분업구조 쇠퇴
 사육기반 전문성 하락 우려도


▲한·미 FTA 축산부문 주요 내용=2006년 6월 협상이 시작된 한·미 FTA는 2010년 11월 최종 타결돼 2012년 3월 15일 발효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농축산물 1531개 품목 중에서 98%에 달하는 1502개 품목이 최장 2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낙농품 등 축산물 또한 2012년 발효를 시작으로 관세를 10~15년까지 점진적으로 낮춰 최종적으로는 ‘0%’로 철폐돼 사실상 완전 개방의 수순을 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협상 조건에서는 2026년부터 모든 미국산 축산물의 완전 무관세가 시작된다. 

▲미국산 축산물 수입 급증=한·미FTA 발효 첫 1년 동안 축산 수입액이 13억3800만 달러, 수입량 38만4000톤으로 전년대비 금액기준으로 18.4% 감소했지만 발효 이전 평년보다는 20.2% 증가하는 등 첫해부터 우려가 현실로 이어졌다. 이후 관세 인하 등의 효과로 인해 매년 미국산 축산물의 수입은 증가해 발효 5년차인 2016년에는 21억800만 달러로 FTA 이전 평년(2007~2011년) 평균보다 83%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미국산 수입축산물 중에서 쇠고기의 수입액이 FTA 발효 1년차에 5억2200만 달러(10만6000톤)에서 2016년에는 10억 달러(16만9000톤)를 돌파하며 미국산 농축산물 중에서 최대 수입품목을 기록했다. 관세율과 원-달러 환율, 국내외 쇠고기 시장 여건이 변화하고 있지만 수입단가는 분명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가격이 발효 1년차인 2012년 1kg당 7934원에서 5년차인 지난해에는 9241원으로 높아진 것이다.  

▲우리나라 축산기반은 약화=한미 FTA는 우리나라 축산업에도 큰 파장을 초래했다. 유독 한우 생산기반의 지각변동 주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의 한우 사육두수는 2012년 9월 314만3000두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돼 2016년 12월 258만5000두로 줄었다.
축산농가의 구조조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구당 사육규모가 늘고 있지만 전체 축산농가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특히 중소 규모 농가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어 축산업 생산기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우농가의 경우 2011년 16만호 수준이었는데 2012년 15만호가 허물어지면서 2016년 8만5000호로 절반 가량 줄었다.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폐업보상 사업으로 번식에 주력했던 사육두수 50두 미만의 중소 규모농가가 한우사육을 그만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육규모별 농가수를 비교해보면 50두 이하 농가수가 2012년 12월 13만2000가구에서 2016년 12월 7만5574가구로 줄었고, 50~100두 또한 9500가구에서 8322가구로 100두 이상은 5400농가에서 6073농가로 늘었다. 특히 100두 이상 사육 농가수는 빠르게 늘고 있어 올해 6월에는 6382농가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가구당 한우 사육두수는 2012년 20.8두에서 2016년 29.6두로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소 규모농가 기반이 약화되고 규모화 되는 경향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GS&J인스티튜트는 한우사육 기반과 관련해 “소규모 한우농가는 번식을 담당하고 규모가 큰 농가가 주로 비육을 담당하던 분업구조가 쇠퇴하고 번식과 비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관경영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는 경영수익 때문인데 그러나 비육과 번식의 전문성이 떨어져 한우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양돈, 가금, 젖소 등 타 축종의 농가수도 감소하긴 마찬가지다. 2012년 양돈 6000가구, 젖소 6000가구, 닭 3144가구 등에서 2016년에는 양돈 4574가구, 젖소 5354가구, 닭 2993가구 등으로 사육 가구 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우자급률 위급=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한우는 사육두수와 농가수 등 생산기반이 약화되면서 자급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013년 국내산 쇠고기의 자급률은 50% 수준을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46%대로 하락했고, 최근에는 4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산과 호주산 등의 관세율이 떨어지면서 국내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까지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이  4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FTA 폐업지원과 암소감축사업 등으로 소규모 번식 농가의 폐업 등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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