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법인들의 올해 추석 과일 거래물량과 금액이 지난해 추석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석을 앞두고 물량이 단기간에 몰렸던 과거와 달리 올해 추석연휴가 길어 물량이 분산됐고, 초반 약세를 보였던 시세와 함께 일부 과일 품목의 경우 출하를 앞두고 기상여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석 기간 주요 과일의 판매 이후 본격적인 수확 및 저장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저장보다는 순차적인 출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과일 수요 전망이 양호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맞물려 지난해 하반기 시세가 양호한 반면 설 대목엔 낮은 시세를 보였던 전철을 밟지 않고 명절과 평소 소비 모두를 살리기 위한 취지에서다.

긴 연휴에 물량 분산된 데다
초반 경락가격 약세 영향
사과, 물량·금액 다 줄고
배, 물량 늘었지만 금액 감소
포도는 물량 줄고 금액 늘어

추석 이후 사과 생산량 줄고
생육 좋은 배·단감 출하 늘 듯
하반기 과일시장 호조세 예상
저장보다 순차적 출하 바람직


▲가락시장 올해 추석 동향은=서울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앞둔 15일 동안 주요 과일 품목의 거래물량은 지난해 추석 같은 기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18일부터 10월 3일까지 가락시장의 사과 거래물량은 1208톤으로 조사됐으며, 배는 2155톤, 포도는 1269톤으로 집계됐다. 거래금액은 사과 41억3700만원, 배 41억4600만원, 포도 44억22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추석을 앞둔 2주 전인 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와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해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사과 거래물량은 1819톤에 거래금액은 63억6300만원이다. 배는 2025톤에 51억2200만원, 포도는 1627톤 42억4100만원으로 조사됐다.

사과와 포도는 지난해에 비해 거래물량과 거래금액 모두 줄었다. 그러나 배는 지난해에 비해 거래물량은 늘었지만 거래금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당초 올해 물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다소 약세를 보인 것이 도매시장 출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을 앞둔 8월 30일 가락시장 홍로 5kg 상품 기준 경락가격은 3만2000원대에서 출발했지만 올해는 이와 달랐다. 올해 추석을 앞둔 9월 18일 가격은 2만원 초반에 불과했다. 배도 이러한 시세 흐름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배는 7.5kg 상품 기준 경락가격이 2만8000원대에서 시작한 반면 올해는 1만8000원대로 출발했다.

이처럼 초반 낮은 시세로 경락가격이 유지되다 보니 산지에서의 포전매매도 줄었고 이들 물량이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것도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사과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내린 우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나오면서 추석 물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탄저병으로 인해 정상과가 많지 않았던 것도 거래물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도매시장에 주로 출하되는 형태의 박스 포장 보다는 벌크 형태의 출하 물량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것이 농협안동공판장의 거래물량이다. 안동공판장의 거래 형태가 벌크인 점을 보면 올해 거래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 지난해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총 거래물량은 17만6852상자로 총 12일 동안 1일 평균 1만4737상자가 거래된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9월 18일부터 10월 2일까지 총 12일 동안 18만5280상자로 1일 평균 1만5439상자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는 “포도는 폐원 등으로 인해 재배면적 감소로 거래물량이 줄어 시세가 나름 선방을 했다. 사과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거래물량과 금액이 모두 줄었다. 배는 초반 시세가 영향을 미쳐 거래물량이 늘었음에도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석 이후 사과·배·단감 생산 동향=과일업계에 따르면 추석 이후 시장에 나올 사과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사과 재배면적은 소폭 늘어났지만 충북권과 경상권 등 주요 사과 산지에서 최근까지 우박 피해를 받은 영향이 이어져 단수 감소로 인해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성이 좋지 못한 물량도 일부 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배와 단감은 사과와 상황이 상이하다. 배의 경우 전반적으로 생육상황이 양호한데다 지난해보다 재배면적도 증가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산지에선 추정하고 있다. 단감도 생육이 상당히 좋아 생산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10월 과일관측을 보더라도 전년 대비 올해 사과는 5% 감소한 55만톤, 배는 4% 증가한 24만7000톤, 단감은 4% 증가한 14만1000톤이 올해 생산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는 “우박피해를 본 사과가 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반면 생육상황이 좋은 단감이 특히 양이 많이 나올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추석 이후의 출하 동향이 예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추석 직후 사과와 배 거래물량이 크게 줄었지만 올해는 초반의 약세였던 시세가 추석 후반기로 갈수록 안정을 보여 물량이 꾸준히 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석철 서울청과 부장은 “보통 추석 직후에는 사과, 배의 반입량이 크게 줄었는데 올해는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약세였던 시세가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추석 이후에도 반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저장보다는 출하 우선 목소리=사과와 배, 단감 등 과일 품목 간 생산동향은 상이하지만 전반적으로 저장과 출하의 갈림길에선 출하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과의 경우 생산량이 많지 않고 저장성이 낮은 물량도 일부 있어 장기간 저장보다는 순차적인 출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배와 단감도 설 명절에 맞춰 저장 위주로 진행할 경우 설 대목엔 약세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추석 이후 하반기 과일 시장이 선전할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순차적인 출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 과일 중에선 포도와 복숭아가 사실상 마무리됐고 올해산 감귤도 양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수입과일 역시 키위, 파인애플, 포도 등 주요 수입 품목이 산지 작황 악화로 수입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사과와 배, 단감 등 주요 저장과일 수요가 있을 것으로 시장에선 기대하고 있다.

실제 추석 직후인 9~12일 사과 양광 10kg 상품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4만원 중반대를 형성하며 양호한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양광 도매가는 3만2500원, 평년 10월엔 3만4000원이었다.

이영신 전무는 “사과와 배, 단감 이외 과일류의 양이 많이 없다. 여기에 추석 이후 수요도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추석 연휴가 끝난 그 다음 주가 되면 회복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시세도 추석 이후 잠시 약보합세를 유지하다 겨울방학 전까지는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저장보다는 수확 후 출하 중심의 과일 출하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명절 위주의 소비에서 탈피, 평소의 과일 소비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명절 시세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함이다.

양승환 농협가락공판장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과일 시세가 양호한 품목이 많았는데 설 명절만 바라보고 저장에 들어가면서 좋았던 시세의 효과를 보지 못한 곳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정작 명절 대목엔 시세가 좋지 않았다”며 “이제 명절에 왕창 쏟아내는 시기는 지났고 연중 분산 출하만이 과일 수요와 시세 모두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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