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연·전농 등 잇단 성명
저율관세 TRQ 대폭 축소
농산물 세이프가드 완화 등
불평등 조항 개정 나서야


한국과 미국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 나서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데 대해 농업계 안팎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우리나라 농축산물 시장을 더욱 열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일 미국에서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개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미 FTA 개정협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농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한·미 FTA로 인해 농축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관세철폐 등 추가 시장개방이 진행될 경우 농축산물 피해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1일 성명서에서 “한·미 FTA 폐기까지 포함한 전면적 재검토를 일관되게 요구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 실질적으로 개정협상을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된 정책판단 오류의 책임을 정부 통상당국에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개정협상이 자칫 국내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농업·농촌의 일방적 희생을 또다시 강요하는 최악의 협상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250만 농업인과 14만 한농연 회원은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업·농촌 분야를 절대로 포함시키지 말 것을 문재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만약 농업·농촌 분야가 포함될 경우라도 농축산물 전반의 심각한 불평등 조항을 반드시 개정함으로써 국익 최우선 보호라는 통상협상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낙농품 무관세 쿼터 폐지, 저율관세 TRQ 대폭 축소,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발동요건 대폭 완화 등이 개정을 통해 관철해야 할 사안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있은 다음날(5일), 성명서를 내고, “한·미 FTA 이후 미국 농축산물 수입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농업붕괴는 심화됐다”며 “더구나 1차 협상(제1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농축산물 관세철폐를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특히 쌀 개방도 압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 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회도 “농업 보호의지 강력 표명” 촉구

이 같은 목소리는 국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정인화 국민의당(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은 한·미 FTA에 따른 양국간 농축산물 수출입 현황을 분석, “한·미 FTA 재협상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농업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나라가 수입한 농축산물 중 대미 수입액과 물량이 각각 총 45억2000만 달러와 708만7000톤으로 모두 1위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의 한미 농축산물 무역역조는 41억6300만 달러로 지난 5년간 같은 기간 평균 35억9800만 달러에 비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한미 농축산물 무역역조가 매년 확대되고 있음에도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농축산물 관세율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패권주의적 억지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FTA 협상시마다 반복된 농축산업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협상전략은 준엄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어업을 보호하기 위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주홍 국민의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통상교섭본부, 농식품부,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서면답변과 유선답변을 종합해보면, 통상상교섭본부는 미국과의 협상시 주요 관계부처도 우리측 대표단으로 참여하고 있고, 회의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통상교섭본부와 구체적인 협의를 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며 “미국 통상전문지가 미국은 최대 15년 이상에 걸쳐 철폐하기로 한 한국의 농축수산 분야 관세를 당장 없애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를 했는데,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농축수산업을 지키기 위해 통상교섭본부와의 구체적인 협의를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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