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닭진드기를 방제하기 위해 처리하는 살충제가 계란에서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계란에도 살충제가? 그렇다면 작물 재배 과정 중에 사용되는 살충제는 안전할까? 이런 걱정에 앞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살충제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사용되며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살충제는 화학구조에 따라 무기살충제, 유기염소제, 유기인제, 카바메이트, 천연 살충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수은, 불소, 비소 등을 함유하는 무기살충제는 제2차 세계대전 초까지 사용되다가 독성 때문에 사용이 금지됐으며 사용이 금지된 무기살충제 대신에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BHC(벤젠헥사클로리드) 등 유기염소제가 사용됐다. 염소나 벤젠을 원료로 하는 DDT와 BHC는 풍부한 원료와 저렴한 가격, 강력한 살충력 뿐 아니라 인축에 해가 적어 세계 각국에서 농업용 또는 위생해충 방제용으로 널리 사용됐다. 이가 옮기는 티푸스나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국제보건기구(WTO)에서 전 세계적인 말라리아 추방계획을 세워 DDT를 적극 사용했다. 그러나 급성독이 없는 DDT의 반감기는 2년에서 15년으로 잘 분해되지 않으며 땅이나 물속에 장기간 남아 식물에 흡수, 생물농축을 통해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반복된 사용, 해충 저항성 발현

금지된 살충제 대신에 현재는 유기인제와 카바메이트, 천연 살충제, 합성피레스로이드계 등이 살충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유기인제는 적용범위가 넓고 식물체 내에 흡수돼 침투성 효과를 갖고 있으며 유효성분이 신속하게 분해돼 안전하다. 카바메이트는 유기인제에 대해 저항성을 보이는 곤충에 대해 우수한 살충력을 나타내 농가에서 이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천연산 살충제로는 식물 또는 광물의 유효성분을 추출해 얻어진 살충제로 피레스린, 니코틴, 로테논 등이 있으며 이런 천연 살충물질을 기초로 합성된 합성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국화에서 발견된 천연살충물질인 피레스린에 기초한 화합물) 또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친환경 방제법 개발 더 노력해야

그렇다면 현재 안전하다고 사용되는 살충제는 괜찮을까? 살충제를 포함한 농약은 인축 뿐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독성 및 잔류독성에 대한 시험을 통해 개발되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농약은 보통과 저독성 농약이 대부분(99.8%)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작물 재배기간에 사용되는 농약의 잔류량을 감안해 수확 전 농약 살포가능 횟수와 최종살포시기를 규정하는 농약잔류허용기준을 설정, 검사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살충제의 잔류기간은 1주일에서 30일가량 되며 작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2~3주 정도라고 한다. 비가 오면 씻겨 내려가거나 햇빛에 의해 광분해가 돼 대기 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살충제도 재배작물의 기준에 맞춰 제대로 사용한다면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살충제의 안전기준에도 불구하고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가 사용된 까닭은 반복된 살충제의 사용으로 인한 해충의 살충제 저항성 발현 때문이다.

화학 살충제의 위해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경, 인축에는 무해하고 저항성 발현이 드물며 해충만 선택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해충방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안전하게 해충을 방제할 수 있는 미생물로는 곤충병원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선충 등이 있다. 곤충병원미생물은 온도, 자외선 등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적절한 환경이 유지된다면 미생물에 감염된 해충이 죽은 후에 다시 다른 해충을 감염시키는 연쇄살충효과가 있어 지속적인 방제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미생물을 이용해 해충을 방제할 때는 환경에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만 제대로 된 살충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며 그 효과를 지속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 이상의 미생물 살충제가 등록돼 상용화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식물보호제로 등록된 미생물 살충제는 12종에 불과하며 그 중 7종은 수입하는 실정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으로 케미포비아(화학물질공포증)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지금 가장 중요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친환경 방제법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지희/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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