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H마트를 찾은 미국 소비자들이 김치를 비롯한 한국산 식품 판매대 앞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미국은 우리 농식품의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지만, 일본·중국 등 다른 시장과 달리 우리와 식문화 차이가 커 소비층을 넓히기 힘든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류 인기와 함께 웰빙(Well-being)이 미국 식품시장의 인기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의 농식품과 한식에 관심을 갖는 미국인이 점차 늘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이자 미국의 식문화를 선도하는 뉴욕에서 현지 유통업체와 한식당을 직접 방문해 케이푸드(K-Food)의 위상을 알아본다.   


한인·히스패닉계 마트 '안착'
방문객 상당수 화교·젊은 아시안
취급 품목 다양…소비 점차 확대

백인 위주 마켓 '걸음마 단계'
김스낵·라면 등 일부 상품 국한
현지 트렌드 반영 신제품 개발을

전통·퓨전 한식당들 '북적'
'치맥' 즐기는 뉴요커들에 눈길
인기 식당은 줄서서 기다리기도 

 

코리아타운의 한식당 거리에는 갈비, 순두부찌개 등 한식을 맛보고 싶어하는 뉴요커들이 많았다.

▲화교·히스패닉 중심 케이푸드 소비 확대=뉴욕에서 우리 농식품의 유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고자 세 군데의 대형유통체인을 직접 찾았다. 첫 방문 매장은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H마트. H마트는 뉴저지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한인계열 유통업체다. 1982년 뉴욕 우드사이드에서 ‘한아름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 11개주에 57개 매장(2017년 7월 기준)을 운영 중이다. 

H마트 맨해튼점의 규모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국내 대형마트의 직영 중·소매점 수준이지만, 배·새송이버섯 등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김치와 삼계탕, 조미김, 즉석떡볶이, 한식편의식, 라면 등 대부분의 한국식품은 거의 다 진열됐다. 잡채·도토리묵·나물 등 즉석 반찬류도 함께 판매됐는데, 미국 현지에서 제조해 유통된 것이었다.

주목할 점은 H마트를 찾는 방문객의 상당수가 화교와 젊은 아시안 소비자였다는 것. 백인과 히스패닉도 자주 보였다. 특히 화교와 히스패닉 소비자는 라면·스낵 등 가공식품에, 백인소비자는 김치·조미김·삼계탕 등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상품에 관심을 나타낸 점은 꽤 흥미로웠다. H마트를 찾은 백인 소비자 티모시 씨는 “TV에서 한식 프로그램을 본 이후 한국 식품에 관심을 가져, 월 1~2회 정도 H마트에서 한국산 식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오늘은 김치와 BBQ소스를 구입하고, 한국의 즉석 반찬류 맛도 궁금해 한번 사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찾은 매장은 뉴욕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히스패닉계 대형마트 푸드바자(Food Bazzar). 푸드바자는 미 동부를 중심으로 25개 매장이 운영 중이며, 이마트·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와 비슷한 규모다. 주 고객은 히스패닉이지만, 화교와 백인 소비자의 발길도 잦은 편이다. 최근 들어 푸드바자가 아시안 식품 취급 비중을 늘리는 가운데, 특히 푸드바자 롱아일랜드시티점의 한국 식품 진열규모는 H마트 맨해튼점보다 훨씬 컸다. 쌀과자와 장류, 김치, 한식편의식품, 라면, 커피믹스, 막걸리, 장아찌 등 취급 품목 및 물량도 더욱 다양했다.

석영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욕지사 부장은 “한국산 식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화교와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소비가 활성화되는 추세”라며 “한식에 관심을 가진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전통장류 등 한국산 식자재 소비가 점차 확대되고, 한식간편식을 취급하는 현지 대형마트가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 소스류(전통장류 포함)의 대미 수출은 2012년 3130만 달러에서 지난해 4334만 달러로 5년 만에 40%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마켓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에는 한국산 김스낵이 판매되고 있다.

▲미국 주류마켓서 한국산 식품 취급은 극소수=마지막으로 방문한 매장은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인근에 있는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홀푸드마켓은 천연 및 유기농 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 최대의 프리미엄 대형유통체인이다. 미 전역에 430여개 매장을 보유 중이며, 소득수준이 높은 백인소비자가 주 고객층이다. 신선함과 건강한 먹거리를 강조하기 때문에 취급 제품의 대부분은 자국산이지만, 가공식품의 경우 수입산 비중도 높다. 최근에 세계적 온라인기업인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다만 미국 주류마켓으로 꼽히는 홀푸드마켓의 경우, H마트·푸드바자에 비해 우리 농식품을 찾기 어려웠고, 그나마 건강스낵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스낵이 매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두 가지 브랜드(Seasnax와 Gimme)로 판매되는 김스낵 모두 한국산으로 표시됐고, 미국의 유기농 및 Non-GMO(비유전자변형) 인증을 받았다. 또한 브랜드마다 4~5가지의 종류의 제품이 진열돼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또 다른 진열대에는 ‘Korean BBQ Sauce’ 상표의 바비큐소스가 판매돼 눈길을 끌었는데, 미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제조된 제품이었다. aT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이색소스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한식 저변의 확대로, 한국의 바비큐소스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aT 뉴욕지사가 유튜브(Youtube) 스타 망치 씨를 통해 한국의 바비큐소스를 활용한 요리 레시피를 전파하는 등의 홍보활동도 인기 상승에 한 몫 했다.

김광진 aT 뉴욕지사장은 “아직 한국산 식품의 미국 주류마켓 진출은 김스낵·알로에음료·라면·쌀과자 등 일부 상품에 국한됐지만, 최근 전통부각과 분말유자차 등 건강하면서 이색적인 신상품이 홀푸드마켓 등 주류마켓 입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건강기능성과 편의성을 추구하고, 이색식품의 선호도가 높은 미국의 식품 트렌드를 겨냥한 다양한 신제품이 개발된다면, 앞으로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은 더욱 탄력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식은 소비저변 확대 추세=뉴욕에서 한식당이 밀집한 지역은 맨해튼의 코리아타운과 퀸즈 플러싱 지역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맨해튼 코리아타운은 근교인 플러싱 지역보다 접근성이 좋아, 한식을 좋아하는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200여 미터 남짓의 이 거리에는 순두부찌개·갈비·떡볶이 등 한식당과 외식프랜차이즈 가게가 즐비했다. 한식당을 찾은 고객들을 살펴보니, 교민보다는 백인과 히스패닉, 화교 등 현지인이 더욱 많아보였고, 원조·북창동순두부·오감 등 인기 한식당에는 오랫동안 줄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았다. 또한 BBQ 등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식당에는 ‘치맥’을 즐기는 뉴요커를 볼 수 있었다.

퀸즈 플러싱 지역은 뉴욕으로 이민 온 한인 1세대가 거주하면서 곳곳에 한식당들이 생겨난 경우다. 주요 한식당에는 함지박과 금강산, 병천순대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된장찌개·제육볶음·김치전 등 내놓는 한식 메뉴의 가짓수가 다양한 것이 특징. 식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30여 가지에서 많게는 50여 가지 이상이었다. 맨해튼의 한식당은 미국인의 취향에 맞게 퓨전 한식이 많은 반면, 플러싱 지역의 한식당은 매콤하면서 개운한 정통 한식의 맛을 강조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 외에도 맨해튼 곳곳에 김치·고추장 등 우리 농식품을 활용한 퓨전 한식을 앞세운 푸드트럭이 현지에서 각광받고, 24시간 포장음식을 파는 뉴욕의 델리카페에는 불고기·비빔밥·순두부찌개 등 한식이 정식 메뉴로 자리 잡은 것을 볼 수 있었다. 30년 넘게 미국에서 아시안 식품을 유통하는 Starport Foods의 데이비드 샹 대표는 “뉴욕타임스 등 현지 유명 매체가 한식을 새롭게 조명하고, 밀레니얼(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의 젊은층) 세대가 한식에 흥미를 보이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한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기 한식메뉴와 연계한 식자재 판로 개척과 한식간편식 판매 확대, 현지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한식을 발굴해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욕=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미니인터뷰Ⅰ/ 마이클 알렌&메리 알렌 부부
"한국 매운라면에 빠져 주 1회 이상 구매"

웬만한 한국산 식품 다 맛봐
호기심 자극할 신상품 기대


알렌 부부는 ‘자칭’ 한국식품 마니아다. 집 근처에 있는 대형유통체인 ‘푸드바자’에서 평균 주 1회 이상 한국산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 메리 씨는 “한국식품을 구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매운 라면에 빠진 남편 때문”이라며 “라면뿐만 아니라 스낵과 음료, 불고기양념소스 등 웬만한 한국산 식품은 거의 다 구매해서 맛볼 정도로 한국식품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알렌 부부는 한국산 식품의 경쟁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마이클 씨는 “한국의 가공식품은 일본산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으면서, 맛과 품질도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평가하며 “우리처럼 매운 맛을 즐겨 찾는 미국 소비자에게 한국산 식품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메리 씨는 “이전보다 대형 슈퍼마켓에 한국산 상품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종류도 많아져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한국의 신상품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니인터뷰Ⅱ/ 김영환 북미주한식세계화총연합회장
"한식당 현지인 고객비율 월등히 높아져"

백인 등 방문고객도 다변화
학교 급식에 한식 보급돼야

뉴욕의 퀸즈 플러싱 지역에서 1999년부터 한식당 ‘함지박(Ham Ji Bach)’을 운영하는 김영환 북미주한식세계화 총연합회장. 그는 미동부한식세계화위원회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6월부터 북미주한식세계화총연합회장을 맡으며 한식 보급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김영환 회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민이 주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교민과 현지인 비율이 평일에는 50:50, 주말에는 20:80까지 현지 고객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며 “백인과 히스패닉, 화교 등 방문고객도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문음식도 불고기·김밥 등에 편중되지 않고, 순두부찌개·돌솥비빔밥·냉면 등 다양할 정도로 미국에서 한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한식 저변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학교 급식 및 식자재시장에 한식이 활발히 보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일찍부터 한식으로 어린 아이들의 입맛을 길들인다면, 미래에 이들은 한국산 식품의 단골 구매층이 될 수 있다”며 “현지 급식 조리사 대상의 한식 교육, 김치·장류 등 발효음식의 우수성 홍보와 같은 정부 지원이 강화된다면, 미국에서 한식의 위상은 충분히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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