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에 거래실적 급락
저가 수입난은 크게 늘어
"생산원가도 못건진다" 하소연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만에 대한민국 난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2017년 1~8월 난류 경매 실적은 물량 기준 313만분, 금액으로는 152억4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0만분이 거래돼 198억7600만원의 실적을 거둔 것과 비교해 거래량은 90%, 금액은 76.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보다는 거래 규모가 컸던 지난해가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거래액을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난 거래는 급감했다. 비단 수도권 시장만이 아니라 전국 모든 공영 화훼공판장의 거래 규모가 크게 위축됐다.

반면 저가의 수입 난은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1~8월의 난 수입규모는 2014년 70만9000달러에서 2015년 74만2000달러, 2016년 81만2000달러를 형성하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올 들어선 90만7000달러까지 증가했다. 

현장의 난 재배 농가들은 저가의 중국산에 수출 시장을 내주고 있는 상황에다 국내 시장까지 위협받은 채 이중고를 겪으며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이 더 우려스러워하는 건 현재의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넘어 대한민국 난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폐업농가들이 속출하는 등 현장을 떠나고 있고, 화훼학과 등 꽃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산업 자체가 무너지기를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일. 난 관련 전문가들은 여러 방면에서 난 산업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난 산업 위축의 직격탄을 불러왔던 청탁금지법과 관련해선 화훼를 제외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허용 범위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 다른 활로 방안은 난 산업의 체질 개선. 산지에선 규모화를 이뤄냄과 동시에 유통 질서를 투명하게 정립하고, 수출 시장도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 특히 건강과도 연계되고 스토리도 다양한 난의 경우 노년층, 직장인층, 젊은층 등 각 소비층을 나눠 스토리텔링 식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제언이 난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난 산업 관계자는 “난 산업을 발전시켜달라고까지 정부에 건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하나의 법이 시행돼 관련 산업이 완전히 무너졌으면 적어도 걸음마는 뗄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현재의 난 산업에 불어 닥친 위기감이 기회로 승화될 수 있게 정부와 난 산업 종사자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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