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 의원 대표 발의
현행 300평→900평으로
도시자본 농촌투자 명목 불구
농지 투기 조장 우려 높아
'경자유전원칙'에도 어긋나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의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란이다. 도시자본의 농촌 투자란 명목인데, 자칫 농지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헌법 개정 과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와중에 제출된 개정안이어서 농업계의 비판도 예고되고 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은 9월 21일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비농업인이 소유할 수 있는 농지 규모를 현행 1000㎡(300평)에서 3000㎡(900평)로 세 배 가량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이완영 의원은 농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으면서, “최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노후준비 등의 일환으로 텃밭, 주말농장 등을 활용해 농작물 등을 경작하거나 재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농지법 개정으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가 늘어나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농촌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농촌 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도시자본의 농촌 투자를 도모해 농지활용을 높일 수 있으며, 농촌 경제에도 도움이 돼 농민의 소득증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북의 현장 농민은 “국회의원이 바라보는 농지와 농민의 농지 개념이 다른 것 같다”며 “평수가 300평에서 900평으로 세배 확대된 것으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생각할 수 있는데, 단순 농지로 활용하는 것 외에 농지를 다르게 이용하려는 사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농민은 “900평이란 농지규모는 도시농부가 농사를 짓기에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며 “조심스럽긴 하지만, 농민입장에서는 바르지 못한 농지 접근방식이며, 불법·편법을 통해 농지가 농지로서의 역할을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농지가 투기목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다.

더욱이 농지법 개정안이 헌법개정을 둘러싼 농업계의 움직임과 정반대라는 점도 지적대상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초반에 개헌특위 위원들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제121조 1항의 ‘삭제’ 여부를 검토했다. 올해 2월 개헌특위가 농민단체들에게 ‘경자유전의 원칙 삭제에 대한 견해’를 물어왔고, 농민단체는 모두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이 때를 전후해 농업계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지가 보호돼야 한다’면서 헌법을 통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해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비농업인이 농지를 더 많이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농지법 개정안은 찬물이 될 수 있다는 게 농업계 주장이다.

또,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농정공약 중 하나인 ‘농지법 개정을 통한 경자유전의 법칙 재확립’과도 엇갈린다.

또다른 농업계 관계자는 “한참 헌법 개정의 주요 의제로 경자유전의 원칙을 없애려고 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농지를 농민이 지켜내고,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근절하고 투기를 방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역으로 농지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의문”이라며 “지금 시기에는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만큼 다시 한 번 개정안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