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식품기업에서 만든 참기름의 원재료가 참깨분으로 표기돼 있다.

통참깨 관세 600%대 반면
한·아세안 FTA 체결로 
참깨분말은 ‘무관세 혜택’
베트남·미얀마서 들여와

원료가격 ‘큰 차’ 불구
제품가격은 더 높아 의문


“참기름을 통참깨가 아닌 참깨분말로 만든다는 말은 처음 듣네요.”

지난 9월 말 경기도 용인의 한 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 씨는 참기름을 고르려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A기업에서 판매하는 참기름의 원재료가 참깨가 아닌 참깨분으로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B기업에서 판매하는 참기름의 원재료는 참깨로 표시돼 있었다.

이처럼 국내에서 판매되는 참기름의 원재료는 참깨(통참깨)와 참깨분으로 나눠져 있다. 소비자들은 통상 참기름을 제조하는 원재료를 통참깨로 알고 있다. 참깨분으로 참기름을 제조한다는 내용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래서 B기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참기름에는 ‘100% 통참깨만 사용합니다’라는 문구를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참깨분을 참기름 제조에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FTA에 따른 관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참깨분 대부분은 베트남과 미얀마 등 한·아세안 FTA로 인해 무관세의 혜택을 보고 있다. 통상 참깨의 경우 600%대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이득이다. 따라서 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에서 무관세 적용 혜택 국가로 수출해 해당 국가에서 가공작업을 거쳐 국내로 수입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업계에 따르면 참깨 수입 단가는 kg당 관세가 포함된 기준으로 통참깨는 약 1900원대, 참깨분은 1700원대 정도로 추정된다. 수입 물량은 통참깨는 7만~8만톤 가량이 수입되고 있으며, 참깨분은 4만톤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에 수입되는 참깨분 대부분이 FTA로 인해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는 베트남이나 미얀마 등지에서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A기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참기름의 원재료 원산지가 베트남과 미얀마로 표기돼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참깨와 참깨분의 수입 가격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참기름의 가격은 오히려 참깨분을 원료로 한 제품의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기 모 마트의 320ml 기준 참깨분을 원료로 한 A기업의 참기름 가격은 7500원인데 반해 통참깨를 원재료로 한 B기업의 가격은 6550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참깨의 자급률이 낮은 수준에서 수입 참깨로 참기름을 생산하는 것은 일반화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비자 대부분이 참깨분을 원료로 참기름을 제조하는 것을 잘 모른다”며 “관세의 혜택을 받고 있는 참깨분을 원료로 한 제품의 비싼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데에서 오는 불신이 오히려 국내산 참깨나 국내산 참깨를 원료로 한 참기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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