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소비자연합 74개 상품군 가격 조사결과

마케팅비용·유통마진 적은데도
16개 상품, 일반상품보다 비싸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PB상품(유통업체 자체 브랜드)이 소비자들의 인식과는 달리 일반 제품과 가격차가 크지 않고 오히려 높은 품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형 PB상품에 대한 시장 판매 제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지난 9월 22일 마케팅 비용과 유통마진을 줄여 제품의 가격을 낮췄다는 대형 유통업체의 PB상품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 속에 PB상품과 NB상품(일반상품)과의 가격 비교를 실시, PB상품이 실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7월 서울지역 대형마트 4사에서 식품, 생활용품 PB상품과 NB상품 2688개 제품(74개 상품군)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 74개 상품군 중 21.6%인 16개 상품은 오히려 PB상품이 NB상품보다 가격이 높았다. 또 45개 상품군은 12.1% 밖에 가격차가 나지 않았다. 대형 유통업체의 유통마진율이 식품의 경우 34.4%로 나타나는 등 대부분 20~30%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PB상품의 가격이 낮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반면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의 소비자 인식도 조사결과 대형 유통업체의 PB상품 구매이유는 84.7%가 가격이 저렴해서라고 밝혀 소비자 인식과 실제 가격과는 상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조사 결과 속에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PB상품 판매에 대한 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통산업의 성장과 함께 업태별로 상위 소수 기업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져 공정거래 환경을 저해할 수 있는데, 대형마트 상위 3사는 전체 시장의 53%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며 유통대기업의 경우 유통산업 내 다양한 업태를 겸영함으로써 국내 소비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유통대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유통매체를 거느리고, 제조업까지 수집 통합함으로써 시장가격 형성에 독점가격을 설정해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게 될 우려가 커 대형 유통업체의 PB상품에 대한 판매 제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여기에 PB상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PB상품은 일반 상품 중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는 상품들을 유사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다수 있고, 자체적인 안전이나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PB상품은 대형 유통업체 자체의 브랜드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PB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과 품질관리과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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