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지역 농민들이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기획재정부가 올 수확기 쌀 수급대책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예산 쥐고 소극적 대응
구곡 시장격리 무산
신곡 수급대책도 차일피일
“쌀값 보장 특단대책 촉구”


2016년산 구곡에 대한 시장격리 무산과 2017년산 신곡 수급대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농민단체들이 일제히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회 등에 수확기 쌀수급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경기지역 농민들이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여는 등 비난의 화살이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의 수확기 쌀 수급대책 약속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이들 공약과 약속이 ‘말잔치’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해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등은 지난 21일 정부에 대해 특단의 쌀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농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무분별한 쌀 수입과 안일한 쌀 대책으로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산지쌀값이 떨어지면서 30년전 가격으로 폭락했고, 사상초유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사태까지 발생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쌀값 보장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를 지적했다.

이들은 쌀값 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이달 중으로 발표한 후 10월에 시행하고, 정부의 양곡매입량을 100만톤으로 확대하는 한편, 쌀값 하락을 주도하는 공공비축미의 우선지급금 제도를 전면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한농연은 이와 별도로 22일 성명서를 다시 내고 ‘기획재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쌀 시장격리 규모가 축소되고 시기마저 앞당기지 못한다면 쌀값 폭락을 겪은 지난해처럼 사후약방문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21일 여주지역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쌀값 폭락 특단대책 가로막는 기획재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적인 쌀 수급대책 예산 편성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기재부가 45년 된 쓰지도 못하는 헬기를 구매하는 데는 1500억원이나 예산을 편성하면서 2016년산 구곡 2만3000톤을 격리하는 데 드는 400억원 편성은 거부했다”면서 “이와 함께 초과생산량보다 더 많은 양의 시장격리를 골자로 한 농식품부의 2017년산 쌀 수확기 대책도 기재부가 발목을 잡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예산편성을 요구했다.

2016년산 구곡의 시장격리는 농협RPC가 신곡 출하 이전에 시행을 요구했던 것으로 ‘7만톤 시장격리 요구’에 대해 농식품부가 지난 8월, RPC를 대상으로 실제 격리요구량을 조사해 2만4000톤을 격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들은 “구곡의 시장격리만 진행이 됐더라도 가격 회복의 폭은 더 컸을 것”이라면서 내년도 쌀 관련 예산편성에 대해서도 “변동직불금 예산으로 1조4900억원을 잡아 놨는데, 이는 쌀값을 회복시킬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쌀값이 목표가격 만큼 회복되면 변동직불금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변동직불금 예산을 축소하고 시장격리를 위한 양곡매입비를 늘리는 한편, 동결수준이나 다름없는 내년도 농업예산을 인상할 것을 골자로 한 요구사항을 기재부에 전달했다.

한편, 지난 21일 열린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조속한 시장격리대책과 격리물량 증량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천안을)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초과생산량의 약 두 배에 가까운 물량인 50만톤을 매입할 것을 제안하면서 “50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해 쌀값이 15만원대로 상승할 경우 변동직불금은 무려 7511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추가 격리물량으로 인한 발생하는 비용 3383억원은 변동직불금 감소분으로 상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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