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만한 우박 후두둑"…수확 앞둔 농가 허탈

▲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갑작스런 우박피해가 발생한 안동시 임하면 배용규씨 사과 과수원을 지난 20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피고 농가를 위로했다.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 낮고
긴급복구비도 턱 없이 모자라 

김관용 지사 등 피해 농가 방문
"국비 지원 신속하게 요청할 것"


지난 19일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국지적으로 우박이 쏟아졌다. 돌풍과 함께 내린 우박은 순식간에 경기·강원·충북·경북 지역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혔다.

20일 찾아간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박환규씨(68)의 사과 농장에는 멀쩡한 사과가 거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수확이 끝난 홍로 6600㎡(2000평)을 제하고 나머지 9900㎡(3000평) 부사는 거의 우박을 맞았다.

“30년 넘게 사과농사를 졌지만 우박피해는 처음입니다. 비도 30분 동안 쏟아졌는데 과수원 바닥이 개울 흘러 가듯 비가 엄청왔어요. 바람에 우박이 날리면서 사과에 다 흠집을 냈습니다.”
 

충주시 대소원면 박환규씨가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과 함께 피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박씨는 “우박 떨어지는 게 파편 튀는 듯 했다”고 한다. 그만큼 엄청났다는 것이다. “얼음조각이 막 엉켜붙은 것 같더라구요. 대추알만한 것부터 작은 것까지 바닥에 하얗게 깔렸었어요.”

우박이 멈춘 후 사과를 살펴본 그는 올 수확을 포기했다고 한다. “우박 떨어지기 바로 전에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올해 농사 잘 됐다. 돈 좀 되겠다’ 했지요. 그런데 이렇게 됐으니 허탈하기만 합니다.”

그는 백화점 납품을 계획하고 있었다. 작년 기준 개당 3000원에서 5000원 까지 받는 특상품이었다. 3000평 과원에서 수확 예정이던 물량은 2000짝 정도. 18kg 한 짝에 5만원만 계산해도 1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도매시장으로 내도 1억3000에서 1억4000만원쯤 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돈을 따지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박씨처럼 우박 피해를 입은 농가가 충주시에서 150에서 200농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일 현재 충북원협에 접수된 게 그렇다. 면적으로는 대략 300ha에서 400ha 가량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가 많다는 것이다. 가집계 결과 76호 정도만 보험가입을 했다는 것이다. 원협은 료카, 히로사키 등 중생종 피해 과일은 바로 수매에 돌입한다. 부사는 보험사 피해조사가 끝난 후 가공용으로 수매할 계획이다.

충주시에서는 대소원면외에 중앙탑면과 용관동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제천시에서는 한수면 등에서도 우박피해가 발생했다.
 

최동용 춘천시장이 20일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의 한 사과농장을 찾아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강원도는 19일 우박으로 춘천을 비롯해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7개 지역에서 사과 배추 벼 등 1369.1㏊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지역별로는 고성이 727.2㏊로 가장 많고, 철원 314.7㏊, 춘천140㏊, 양구106㏊, 홍천41㏊, 인제23.5㏊, 화천16.7㏊ 순이다. 농작물별로는 벼 923.7㏊, 채소 267.5㏊, 과수 74.3㏊, 특작 48.3㏊, 전작 27.5㏊, 기타 27.8㏊로 파악됐다.

강원도는 긴급복구비 2억원을 투입해 살균제, 생육촉진제 등을 피해농가에 공급하기로 했으며, 춘천시와 피해 지방자치단체도 긴급 지원에 나섰다. 최동용 춘천시장은 20일 피해 농가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펼쳤으며, 계재철 강원도 농정국장과 직원들은 시군별로 피해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지원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농업인들의 주장이다. 지원금은 배추의 3.3㎡당 800원으로 시세가 1만1000원을 넘는 것에 비교하면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생산액의 70~80%를 보상받을 수 있지만, 강원도 농업인 중 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6%에 불과한 상황이다.

경북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안동과 문경 등 경북북부 4개 시·군에 수확을 앞둔 사과 등 1159ha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우박은 사과 등 주요 농작물이 출하를 앞두고 있어서 농가의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도는 정밀조사를 실시하면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군별 피해규모는 지난 20일 오전 현재 집계에 따르면 품목별로는 사과·오미자·콩·채소류 등의 농작물에서 피해가 주로 발생했으며, 지역별로는 안동시 600ha, 문경시 471ha, 예천군 73ha, 청송군 15ha의 피해가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북도에서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특별영농비 지원과 우박피해 사과수매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며, 수매자금 부족 시 별도의 추가예산을 확보하여 수매가 원활히 이루어 질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우박으로 피해를 입은 안동시 임하면 지역을 직접 방문해 실의에 빠져있는 배용규씨 등 피해 농민을 위로하고, 동행한 관련 공무원 등에게 조속한 우박피해 복구지원 대책의 마련을 지시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우박 피해 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피해농가에 대한 정밀조사 후 신속하게 국비지원을 요청하고, 도자체적 특별영농비 지원과 피해사과 수매가 원활히 이루어 질수 있도록 제반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관련 공무원에게 지시했다.

경기 이천시 신둔면 일대에 우박이 떨어져 밭작물이 피해를 입은 모습.

이와 함께 경기도에서도 지난 19일 오후 기습적인 우박이 떨어져 이천시 신둔면 일대에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시설채소 농가의 비닐하우스 33개동에 구멍이 뚫리는 등 파손이 잇따랐다. 신둔면 도암리에서 과수 농사를 짓는 최 모 씨는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수확 예정인 배가 피해를 입어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충주 이평진·춘천 백종운·안동 조성제·이천 이장희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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