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텃밭 등 자투리공간 활용
다양한 약용작물 재배 가능
도시농업 새 아이템으로 부상


한번쯤은 자신이 직접 꾸민 아기자기한 마당에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식물을 키우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또 동의보감, 약선요리 등으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약초를 통해 힐링을 꿈꾸기도 한다.

약용작물에 늘 붙는 수식어는 ‘웰빙’, ‘치유’, ‘고부가가치’와 같이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단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추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생활이 윤택해짐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과 안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친환경·유기농 식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그린 프리미엄’, ‘에코 럭셔리’ 제품이 뜨고 있다. 이런 흐름에 사람들은 약용작물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이용하는 채소작물과는 다르게 약용작물은 건강기능식품, 한약재, 가공식품 등으로 가공한 후 이용한다. 이런 까닭에 도시민들이 약용작물의 원재료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약용작물이 채소, 향신료, 차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되면서 약용작물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겼던 약용작물이 높았던 도시의 벽을 넘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약초효능을 소개하는 건강프로그램과 텃밭을 가꾸고 직접 기른 농산물로 밥을 해먹으며 즐거움을 찾는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산과 들, 혹은 밭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약용작물을 도시에서도 쉽게 접하게 된 것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약용작물을 명품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친환경 약용작물을 재배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농사를 처음 접하는 도시민들은 옥상텃밭, 베란다텃밭 등 여러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도심 속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농심과 여유, 수확의 기쁨을 느끼곤 한다. 조금 더 나아가 텃밭에 약용작물을 활용하여 고혈압예방 텃밭, 항당뇨용 텃밭, 항암용 텃밭, 항간질환텃밭, 다이어트용 텃밭 등 다양한 텃밭을 만들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가고 있다.

약용작물 텃밭은 직접 재배한 약용작물을 섭취해 건강을 찾기 위한 것을 넘어 여가문화와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는 소일거리가 된다. 주말에 가족끼리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직접 경작한 싱싱한 작물을 수확해 먹으며 풍요로움을 느끼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는 약용작물의 생명력을 오감으로 느끼고, 이것이 어떻게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는 것도 소중한 체험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도심 약용작물 재배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틈새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텃밭을 가꾸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많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가 생각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약용작물을 선발하거나 베란다나 옥상에서 재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농촌에서 나온 자그마한 씨앗이 도시민을 포함한 국민에게 퍼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처럼 약용작물이 농업과 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이해를 높이고 도시와 농촌이 서로 소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아이템이 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소비해왔던 약용작물 산업이 체험현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기존 한약재에서 식품용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으며 생약원료, 기능성식품, 천연물 의약, 생활소재 등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다변화 되어 발돋움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뿐 만 아니라 도시민과 함께 나아간다면 약용작물은 더욱 가치 있는 산업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약초를 찾아 산과 들에 가도 좋다. 식물원에 가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매일 생활하는 공간에 손바닥만 한 텃밭이 있어 약용작물과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베란다나 옥상, 집안 내 한 칸의 상자도 좋다. 풍성한 여유 그리고 로망과 함께 차근차근 다가가 보자.

/장재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장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