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당초 농식품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 ‘2017년 수확기 쌀 수급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였지만 재정당국과의 협의가 원만치 않으면서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쌀값 문제 해결’ 약속과 달리 지지부진
매년 논의 되풀이…시장자동격리제 도입 요구 커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후 곧바로 발표될 것이라던 2017년 수확기 쌀 수급대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주관부처인 농식품부는 관련부처와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인데 올해도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원만치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 발표하겠다던 수급대책=최근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격리 등을 포함한 2017년산 쌀 수급대책은 빨라도 추석을 앞두고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농식품부 업무보고 후 곧바로, 늦어도 이달 초에 2017년산 쌀 수급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었다.

특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쌀 수급안정과 쌀값회복을 위해 신곡수요 초과량 이상(+α)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안 등 수확기 대책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9월에 조기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내놓은 농정공약에서 ‘△쌀값 폭락은 농민에겐 재난 △20년 전으로 떨어진 쌀 가격’에 대한 언급과 함께 ‘△쌀값 해결의 골든타임은 바로 올해 △쌀값 문제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어조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기대도 컸었다.

▲전년과 데칼코마니=올해 쌀 수급대책 논의 상황은 ‘선제적으로 쌀 수급에 대응하겠다’던 지난해와 가장 유사해 보인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농식품부는 9월 9일 긴급 시·도 부시장·부지사 회의를 개최해 ‘예상생산량 공표 시점과 연계해 수확기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이어 10월 6일 ‘신곡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대상으로 연내 시장격리 실시 계획’을 발표했고, 통계청의 예상생산량이 발표된 후 10월 18일 ‘잠정적으로 25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계획을, 이어 통계청의 최종 생산량이 발표된 11월 15일 4만9000톤을 추가로 격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또 총 29만9000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계획이 확정된 것도 부처 간 협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당·정·청 협의’에 의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달 30일 ‘신곡수요 초과량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안’에 대해 농식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간담회 및 시·도 부시장·부지사와의 간담회를 열어 현안을 점검했다.

특히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최종 격리물량은 통계청의 생산량 조사결과가 나와야 확정되지 않겠나?”라고 말해, ‘보수적으로 잡겠다’는 신곡수요량과 ‘초과물량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입장이 기재부와 협의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농정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당·청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달라진 점=‘수요량 대비 초과량 시장 격리대책’을 내놨던 전 정부와는 달리 ‘공식입장이 아닌 시그널 수준’이긴 하지만 이번 정부는 ‘신곡수요 초과량 이상 격리계획’을 내놨다는 점이다. 또 이전 정부가 ‘RPC별 매입가격 사후정산제 도입 여부를 RPC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며 사후정산제 도입을 독려했었다면 이번 정부는 ‘선급금 지급 없이 확정가로 매입가격을 정하고, 되도록 높은 가격에 확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RPC 조합 관계자는 “똑 같은 논의를 반복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시장자동격리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일단 신곡 수요량 이상은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해 놓고, 이후 산지쌀값 동향에 따라 정부가 추가 격리를 하든지 정부양곡을 시장에 풀든지 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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