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이 기술을 먼저 개발해놓고 보급현장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일을 추진하는 방식을 전환할 것입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15일 전문지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취임소감과 기관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라 청장은 농업인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현장 중심의 농업기술 개발과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간담회 내용을 간추렸다.

계획 단계부터 현장 목소리 담아
농민들이 원하는 농업기술 개발
실질적 도움 줄 수 있는 연구 주력

4차 산업혁명 대표기술 스마트팜
AI·빅데이터 기반 자동제어 추진
로봇 이용 농작업 자동화도 힘써

 

-15년 만에 내부출신이 청장으로 취임했다. 퇴임 6개월 만에 농촌진흥청으로 돌아온 심정과 취임소감은?

"공직에 있는 동안 우리가 참 열심히 하는데, 현장에서는 왜 비판적일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안 개구리)’라고 지난해 말 차장으로 퇴임하고 전북대학교 석좌교수와 익산시 명예농업시장 등을 역임하면서 농진청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 농업인, 산업체, 학계 등을 만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국민과 농업인들이 바라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인사이드 투 아웃사이드(In side to out side, 안에서 밖으로)’가 아니라 ‘아웃사이드 투 인사이드(밖에서 안으로)’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농업이나 산업현장에 보급시키려 노력해왔다면, 일의 방향을 바꿔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개발,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연구와 보급에 만전을 다할 것이다. 현재 쌀 과잉생산, 가축질병 상시화, 이상기상 현상, 농촌의 고령화와 FTA(자유무역협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환경을 극복하고 우리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상황인식과 혁신적인 농업과학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더구나 우리의 존재가치가 현장에 도움 되는 연구와 보급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해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고령화, 개방화 등에 대응해 우리농업과 농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농진청의 연구가 농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력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첨단산업으로 육성해 미래신성장동력을 창출하며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개발과 기술보급을 추진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1970년대 통일벼 개발을 통한 녹색혁명, 80년대 비닐하우스 재배기술의 보급을 통해 신선채소의 연중공급을 가능하게 한 백색혁명을 달성했다. 2000년대는 농산물을 활용한 의료·약품 소재개발 등 첨단농업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ICT(정보통신기술)·BT(생명공학기술) 등을 융·복합한 농업기술을 개발해 농산물 품질을 제고하고, 농업을 생산과 가공, 체험관광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핵심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스마트팜, 밭농업기계화, 반려동물, 곤충산업 등이다. 농진청은 과제별 융복합 연구팀을 구성해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가용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말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기술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남 화순의 토마토농장은 분석데이터를 활용하고, 시설환경을 정밀제어하면서 수량성은 40%를 높이고, 에너지는 35%를 절감하고, 편리성은 4배 이상 증가시켰다. 전북 장수의 양돈농장은 환경관리와 자동급이기 등을 제어하는 지능형 양돈사양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1000두 기준 6400만원의 소득을 증가시켰다. 4차 산업과 관련된 대표적 기술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재배환경을 제어하는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온실과 축사를 원격 정밀제어해서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기술이다. 2016년까지 원격조정을 통한 편이성 향상을 위한 모델이 개발됐고, 2018년까지 AI(인공지능)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제어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2020년까지 로봇을 이용한 농작업 자동화 수출 모델에 들어갈 것이다. 스마트팜 핵심기기에 대해 2015년부터 올해까지 44개 부품 및 장비의 단체표준화를 추진했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또 현재는 스마트팜과 관련된 부품을 수출하는 수준인데, 앞으로는 시스템과 플랜트까지 수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추진할 것이다. 곤충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료용, 화분매개용, 환경정화용, 학습애완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우리 청에서도 곤충소재로 여러 가지 유용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애기뿔소똥구리에서 항생물질인 코프리신을 추출해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으로 활용하고 있고, 왕지네 분리 항생물질은 아토피 치유에 이용하고 있다. 또 미래의 식량난에 대비하고 고부가가치식품을 개발하기 위해 과학적 안전성 평가를 거친 갈색거저리(고소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 등 7종의 곤충을 일반식품으로 등록했다. 아울러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맞춰 유전질환 조기기술 개발 등 반려동물 산업화 기술지원 및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돼지도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심장이식기술은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공여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이종 장기 개발이 필요하다. 농진청은 이종이식 가능 형질전환 돼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회에 발의 중인 ‘첨단재생의료법’ 제정에 발맞춰 2019년경부터 임상시험을 추진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종자산업이다. 농업의 출발점이 종자인 만큼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종자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농진청은 유전자원 다양성 확보와 분야별 종자 개발을 통해 로열티 절감에 앞장서고 있다. 또, 산업화를 위한 유망한 유전자원 확보와 이를 활용한 품종 육성과 함께 수출전략품종 개발 및 해외생산기지 구축 등을 통한 종자수출도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종자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오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북 김제 일원에서 국제종자박람회를 개최한다. 국내외 바이어 및 관람객 3만명 이상의 참여를 유도하고 국내 종자산업 기반구축 및 종자관련 기업 홍보의 장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최대 현안이 쌀이다. 쌀 수급안정 대응책을 비롯해 잦아지는 기상이변이나 가축질병 발생 등 농업현안과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쌀 수급균형 등 식량의 안정적 생산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 농업현안 해결에 주력할 것이다. 쌀 적정 생산을 위해 밭작물 품종을 선발하고, 간척지 논 이용 밭작물 안정생산기술개발 등 재배양식의 표준화를 통한 곡물자급률 향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잡을 것이 있다. 통계에는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61.9㎏으로 나와 있다. 1인당 연간 가공용 쌀소비량이 12.8㎏이나 되고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빠져 있다. 가공용을 포함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74.7㎏이다. 농진청은 쌀가루 품종개발을 통해 2016년 기준 1품종인 쌀가루 전용품종을 2019년 4품종, 2021년 5품종으로 늘려갈 것이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통한 쌀 소비촉진을 위해서다. 또한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기계화가 돼야 한다. 농진청은 기계화 수확 연시 및 교육 등 안전생산 기술을 지원하면서 정부의 생산조정제 목표달성을 위한 전단기술지원단도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8℃가 상승해 세계평균 0.75℃의 2배 이상 상승했다. 망고, 파파야 등 열대·아열대 20종의 재배기술개발을 완료한 것을 비롯해 유망한 유전자원을 도입하고, 기후적응품종을 육성해갈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작물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해 긍정적 영향은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기술개발 및 보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질병 예방대책도 필요한데, AI나 구제역에 대한 저항성 증진을 위한 축산기술 개발 및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가축질병 저항성 가금 및 돼지 육성, 스마트계사 모델개발 및 차단방역시설 개선, 닭의 항병성 증진 사양기술 개발, 돼지 백신 피하접종기술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가축질병저감 모델농장 시범사업 등 지금까지 개발된 축산환경 및 사양기술 등의 패키지화 및 보급에도 노력할 것이다. 축산은 환경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가축분뇨의 발생은 증가하고 있지만 고품질 퇴·액비화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양돈농가의 축산냄새 배출특성을 분석해 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분뇨를 고체연료로 만드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또 질소 보강 액비 및 가축분뇨 고체연료화 생산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끝으로 청년농업인 육성에 관심이 매우 많은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전북대 원예학과 석좌교수를 하면서 ‘일과 직업’이란 특강을 했다. 창업과 창농을 위한 자격과 기본적 소양 등을 대학생들에게 들려줬는데, 다른 단과대학에서도 특강요청이 이어졌다. 청강생들은 생산 분야만 농업인지 알았는데, 유통, 가공 등 연관된 분야가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고,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은 농업에 대한 시각이 열려 있다. 전남의 경우 농업분야의 청년사업가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소득증대 및 고용창출 지원을 통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0개의 농촌청년사업가 경영체를 육성했는데, 경영체당 매출액은 86%, 매출이익은 93%가 증가했다.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비율이 2016년 기준 1.1%, 1만1000여명에 불과하다. 신규 젊은 인력의 지속적 농촌유입을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관심유도 정책과 영농창업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초기자본, 영농기술, 생활여건 부족 등으로 안정적 정착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2022년까지 청년4-H회원 5000명을 육성해 지역핵심리더로 육성할 계획이다. 예비농인 학교4-H, 대학4-H를 중심으로 진로지도를 하고, 신규농들이 영농정착을 할 수 있도록 단계별 창업지원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청년농업인들의 창업지원과 조직화를 위해 창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은 2017년 80개소에서 2021년 500개소로 늘릴 것이다. 또한 청년농업인 품목별네트워크 구축사업도 2017년에는 한우 1개 조직에서 2022년에는 양돈, 버섯, 6차 산업 등 10개 조직으로 늘려갈 것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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