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준비 TF 가동…여성농업인 전문가 한명도 없어
도시여성만을 위한 반쪽자리 정책 되풀이 우려 고조


최근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위한 ‘성평등위원회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 가운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스크포스에 여성농업인을 대표할 만한 전문가가 배제되면서, 도시여성만을 위한 ‘반쪽짜리 성평등위원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주요 국정과제인 실질적 성평등 사회실현을 위해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여성가족부 차관을 단장으로 분야별 민간전문가 등 총 12명이 참여한 ‘성평등위원회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TF)’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태스크포스는 성평등위원회의 주요역할과 기능, 조직구조 뿐만 아니라 현정부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할 성평등 목표를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태스크포스에 여성농업인을 대표할 전문가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가부를 중심으로 한 성평등 정책이 주로 도시여성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성농업인들이 소외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태스크포스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대학 교수 등이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여성농업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최근 농촌사회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공동경영주 인정과 지역농협 여성임원할당제 등 일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농촌의 뿌리 깊은 남성중심 사고와 편견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동안 여가부를 중심으로 한 성평등 정책이 매번 도시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농촌사회의 성평등 실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번에도 태스크포스가 꾸려지는지 조차 몰랐다”고 꼬집었다.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역시 “성평등 정책의 지역격차가 커지고 있고, 지역으로 갈수록 성평등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출범 준비 태스크포스에 ‘여성농업인 대표성’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라며 “결국 이번에도 지역의 여성농업인들은 성평등 정책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정부가 지역의 여성농업인들을 성평등 정책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성별영향평가과 김영옥 서기관은 “여가부는 그동안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왔고, 성평등 정책에서 여성농업인을 배제한 적은 결코 없다”며 “현재 준비위원회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평등위원회의 구성이나 향후 활동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예정이고, 이 과정에서 성별이나 지역에 대한 고려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농가인구 중 남성은 122만2000여명, 여성은 127만5000여명으로, 농업의 절반 이상을 여성농업인이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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