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중심의 농정전환과 예산구조 개편’ 정책토론회

 

농정대개혁을 위해서는 직불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와 함께 직불제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따른 보상형태로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전제로 농업예산도 함께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을)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9월 14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진행한 ‘직불금 중심의 농정전환과 예산구조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박 의원과 경실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회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농정개혁 연속토론회’ 중 첫 번째다.


#농업직불제 개편
식량안보용 ‘기본형직불제’ 다기능 증진용 ‘가산형직불제’ 재편
평균농가소득 이하 농가에 ‘농가직불금’ 월 20만원 지급 제안도
현 구조로는 소농에 혜택 미미…농업예산 직불 중심으로 편성을 


강마야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새 정부의 농정개혁과제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가 농정을 직불제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핵심수단으로서 농정분야 예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연구원은 현행 직불제를 식량안보용 ‘기본형 직불제’와 다기능 증진용 ‘가산형 직불제’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우선 기본형 직불제. 강마야 연구원은 기본형 직불제 명칭을 ‘식량자급향상지원 프로그램’, ‘식량자급 지불제’, ‘식량안보 직불제’ 등으로 불렀다. 직불제 명칭에 결과가 아닌 기본형 직불제를 통해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정책목표’를 담자는 취지에서다. 식량자급률을 통해 농업소득을 직접 보전한다는 게 기본형 직불제의 목적. 농민 누구에게나 논·밭 구별없이 ha당 100만원씩 지급하는 가운데 하위계층 농가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하는 ‘하후상박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예시로 내놨다.

강 연구원이 ‘농업기여 지불제’ 또는 ‘다기능농업 직불제’로 명명한 가산형 직불제는 농업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재 서비스의 대가를 정부가 사회를 대신해 지불하는 ‘공익형 직불제 성격’이다. 다원적 기능을 증진하는 목적별 의무이행사항을 준수하는 참여농지를 대상으로, 기본형 직불금에 가산형 직불금을 추가로 지불하는 식이다. 가산형 직불제 종류를 세분화하면, 친환경농업, 조건불리지역 영농, 유기축산·동물복지, 생태환경보전, 경관보존, 토종종자 등이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일명 농민수당인 ‘농가직불금’을 언급했다. “농업소득은 제자리걸음이고, 농사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농민이 영농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본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과 함께다. 박 위원장은 “농민들은 농촌에서 생태환경과 경관을 보전하고, 지역사회와 전통문화를 유지하면서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지키고 있다”며 “농가직불금은 농민이 실현하고 있는 공익적 활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자,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에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농가직불금 예산으로 1조6672억원을 추산했는데, 전체 농가 108만7000호 중 평균 농가소득(2015년 기준 3721만5000만원) 이하 농가 69만5000호(64%)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계산 결과다.

이명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1990년대 초 EU의 직불제가 시작된 것은 대외개방과 최저보장가격의 인하라는 정책변화에 대한 보상의 수단으로서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농업의 환경적 기여에 대한 지불의 성격을 강화해왔다”면서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직불제라는 용어를 ‘농업기여지불’ 등 ‘지불’ 개념으로 대체할 것을 건의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직불제 개편과정에서 ‘공감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직불제로 기대할 수 있는 ‘공익성’이란 부분은 정부와 전문가의 디자인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사회적 공론형성이 필요하다”며 “농정당국이나 농업인에게는 ‘소득보충’이나 ‘비용보전’의 논리가 당연하고 충분해 보일 수 있는 것과 달리 납세자와 일반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태훈 연구위원은 “기본형 직불과 목적에 따른 가산형 직불로 구분해 개편하고, 직불금을 단순한 보조금으로 인식토록 하는 명칭문제 등은 동의한다”면서 직불금 지급명분으로서 공익적 기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농업·농촌 외에 도시야경 경관도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등 6가지 기능 수행여부에 대한 명목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직불금 지급으로 인해 농업생산활동 과정에서 긍정적 외부효과를 더 많이 제공하거나 현재보다 다원적 기능을 더 많이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명분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제시했다.

이상길 본보 논설위원은 “현행 직불금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혜택은 농가당 평균 100만원에 불과하고, 이는 면적에 따라 지급하기 때문에 소농은 수혜가 미미하다”며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본예산 14조4887억원 가운데 직불금 예산은 2조3419억원으로 16.2%이나 쌀값 폭락에 따른 변동직불금을 빼면 10% 미만”이라고 지적, EU나 스위스처럼 농업예산의 중심을 직불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 논설위원은 “직불제는 지역농정”이라며 “농촌현장이 다르기 때문에 직불제도 그 지역여건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중앙정부에서는 예산을 내려주면 되고, 직불제 설계에서부터 집행, 점검은 시군과 지자체가 담당해야 하는 지역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농업예산 재편
환경보전활동 강화, 시장기능 왜곡되지 않도록 법·제도기반 정비
투입재 보조사업 등 전면 재검토…농업인 교섭력 증대에 초점을
기업농·관련산업 위주 예산 개선…‘농민 직불’로 재편 모색해야


강마야 연구원은 ‘기본형 직불제’와 ‘가산형 직불제’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구조 개편방안도 밝혔다. 강 연구원은 “공익적 기능인 환경보전활동을 강화하고, 시장기능에 왜곡되지 않도록 공정한 원칙에 의해 거래될 수 있는 법과 제도 기반을 재정비하며,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중심으로 공공재 지원을 높이고, 지방정부 역할을 점차 확대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게 예산의 기본원칙”이라며 “이를 토대로 감축, 일몰, 유지, 확대 등으로 예산군을 나눠 재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정예산 중 단계적으로 감축하거나 일몰할 사업군으로 ‘특정 개별 경영체 지원 중심의 생산 관련 투입재 및 고정자본투자 보조사업’을, 현행 유지할 사업군으로 ‘생산자단체·조직 및 지역단위 조직체 중심의 보조 및 융자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사업군으로 ‘대규모 경영체 또는 전업농 지원 중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이자 융자사업’을 각각 예시했다.

이명헌 교수도 “각종 투입재 보조, 투자지원의 필요성과 그 효율성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며 “투입재에 대해서 가격보조를 축소하고 시장질서 확립과 농업인 교섭력 증대를 강화함은 물론, 경영체 단위 투자지원에서 시장의 선택기능이 앞서고 정부의 재정지원이 보조적이 되도록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길 논설위원은 “경쟁력 생산·투입 위주의 예산을 다원적 기능에 대한 지불로 소득보전 해야 한다”면서 “기업농과 관련산업 위주 예산을 농민에 대한 직불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 농업예산을 조정하기 위한 검토대상 분야로 토목자본의 지속적인 일감이 되는 일부 생산기반 정비사업과 농촌지역개발사업을 비롯해 골든시드 프로젝트, 농림분야 R&D, 스마트팜, 식물공장 등을 나열했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은 “직불제 예산은 2005년 8551억원 수준에서 2017년 2조8543억원으로 증가했고, 농업예산 대비 직불제 예산 비중도 2005년 7.7%에서 2017년 19.7%로 확대됐다”며 “직불제가 주요 정책수단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공익형 직불제 확대·개편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고 있고, 기존 소득보전형 직불제를 공익형으로 전환하는 경우 적정한 농가 의무수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직불제 포럼 등을 개최해 전문가와 현장의견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완주 의원과 경실련은 9월 14일 ‘직불금 중심의 농정전환과 예산구조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우선 해결해야 할 5가지 분야’로 ‘먹거리 안전 위협요인과 해결방안’, ‘농산물 가격 안정화 대책’, ‘식량자급률 현황과 제고방안’, ‘경자유전의 법칙 재확립 방안’ 등를 선정, 이들을 주제로 연속 정책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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