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은 약 14조4940억 원 규모로 편성될 전망이다. 이중에서 농업직불금 예산은 약 2조5873억 원으로 농정예산의 17.9%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국가는 농업직불금 관련 예산을 매년 확충해 왔고, 단가도 조금씩 상승시켜 왔다. 그러나 농업직불금 제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농가소득은 상승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소득은 3720만원인데, 이는 2005년과 비교할 때 연평균 2% 증가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농가소득 중 직불금 비중 ‘3.9%’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농업직불금 제도로는 쌀소득 보전직접지불제도(고정/변동), 밭농업직접지불제도, 친환경농업직접지불제도, 경관보전직집지불제도, 조건불리지역직접지불제도 등이 있다. 주요 선진국의 관련 제도가 2~3개인 것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제도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농가소득에서 농업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스위스는 78.6%, EU는 32.1%, 일본은 11.2%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선진 외국의 농업직불금은 추가적으로 더 지급하는 가산형태로 정책이 설계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중복수혜의 불가라는 관점에서 정책이 설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선진 외국에서는 농업·농촌이 갖고 있는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기 위한 보상제도로 농업직불금 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농산물의 가격지지를 위해서 농가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농업직불금 제도는 정책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농가소득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가짓수만 많고 소득 기여는 미미

한편 국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재화 혹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농업직불금 제도는 농업을 위해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농업직불금 제도는 정책의 목적이 아닌 정책의 집행수단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농정분야 이외의 많은 정책영역에서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지만, 직불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선진 외국에서도 직불금이라는 용어를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보상금 혹은 지원금으로 지칭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농정분야에서는 농업직불금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농가에게 현금을 지원하고 있음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농정을 위한 국가의 정책기여와 시혜성을 강조함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들어 농업직불금 제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제기되고 있다. 농가소득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업직불금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간 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한 농업직불금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두 가지의 관점은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농가소득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농업직불금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고, 농업직불금이라는 용어 보다는 당초의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농가소득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정책으로 새롭게 제도개선이 된다면, 극단적으로 현행 농업직불금 제도는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용어 바꾸고 정책 설계 다시해야

지금까지 국가는 농업의 보호를 위해서, 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농업직불금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쌀소득 보전직접지불제도는 쌀값의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안정을 도모하고 식량자급률을 제고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성과지표는 부정수급자를 줄이는 것이다. 농가의 소득안정을 얼마나 도모하였는가, 식량자급률을 얼마나 상승시켰는가는 정책의 목적이지만, 정책의 관심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책은 비효과성과 비효율성 문제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분명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그러나 시혜성을 강조하는 직불금이라는 용어 보다는 정책의 목적을 명확히 나타낼 수 있도록 정책설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많은 농업직불금제도는 해당 정책의 목적에 맞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설계에 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