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대화로 신뢰 쌓고
확실한 역할 분담 필요"


국내 축산업의 안정적인 2세 경영승계를 위해서는 세대 간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상황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부모와 2세간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8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호텔리베라 유성에서 전국 2세 양돈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7 전국 청년 한돈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자로 참여했던 한국·일본의 2세 양돈 경영인들은 모두 경영승계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부모님과의 갈등’을 꼽으며 “부모세대와의 인식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와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먼저 경영승계 사례발표에 나섰던 일본 시바 축산의 시바 가요코 대표는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시바 축산은 현재 모돈 약 450두 규모로, 모돈 당 연간 출하두수(MSY) 20.1두의 성적을 내고 있다”며 “2001년 농장에 들어온 이후 2010년부터 흑자를 내기까지 10년여 동안 기존에 농장을 운영해 왔던 어머니와 갈등을 빚어 왔다”고 설명했다.

시바 가요코 대표는 농장 일을 시작한 후 어머니가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해 왔던 농장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견해차로 어려움을 겪었다. 어머니가 실패에 대한 걱정에 시바 가요코 대표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농장으로 2년 동안 연수를 다녀오고 농장경영에 대한 기초를 다진 이후 성과가 나타나면서 어머니와 큰 충돌 없이 농장 전반을 맡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시바 가요코 대표는 “현재 일본 양돈 산업은 1, 2세대에서 3세대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며 “앞으로 다음 세대가 물려받고 싶은 농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양주시 이레농장의 2세 경영인인 이정대 실장도 아버지와의 갈등을 토로하며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부모세대와의 신뢰형성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정대 실장은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아버지가 벽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 농장 일을 하지 못할 때도 성실하게 농장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저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정대 실장은 자신과 아버지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눠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안정적인 경영승계의 중요한 요소로 소개했다. 이레농장은 모돈 200두 규모로, 이정대 실장은 농장에서 각종 서류관리와 축사 설계, 행정 처리를 비롯한 외부 업무, 직원 업무 분배를 담당하며, 아버지인 이재경 대표는 분뇨처리, 인사관리, 농장업무에 대한 최종 결재를 맡고 있다. 하지만 각종 민원 해결 및 은행거래, 토지 구매 등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논의하면서 처리하고 있다.

이정대 실장은 “농장에 처음 들어왔던 2010년 MSY 15두에서 꾸준하게 발전해 올해는 24두의 성적을 예상하고 있다”며 “아버지와 역할 분담을 통해 맡은 영역에서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 아버지가 지금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축사 신축도 믿고 맡길 정도로 신뢰가 쌓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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