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뉴욕 케이푸드 페어를 가다

▲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본 행사인 국내 참가업체와 현지 바이어 간의 수출상담회가 개최됐다. 알로에음료 수출업체인 OKF를 비롯한 참가업체들은 평균 6~7회의 수출 매칭을 진행했으며, 초청 바이어들은 식초음료·분말유자차 등 한국의 유망상품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오랫동안 미국의 상업과 금융, 무역,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뉴욕. 뉴욕의 중심부인 맨해튼에 위치한 트럼프 소호 뉴욕 호텔에서 지난 4~5일 양일간 우리 농식품의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한 ‘2017 뉴욕 케이푸드 페어(K-Food Fair New York 2017)’가 개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우리 식품 수출업체와 현지 바이어 간의 수출상담회로 진행돼, 현재 미국에서 우리 농식품의 위상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향후 대미 수출 확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직접 행사를 찾아 우리 농식품의 수출상담 현장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젓갈·즉석떡볶이·버섯피클…
전통·유망·이색상품 등 선봬   

"다양해진 한국산 식품 종류  
선택의 폭 넓어져 높은 점수"


▲유망상품의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 엿보다=2017 뉴욕 케이푸드 페어는 미국에서 우리 농식품의 수출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현지 바이어에게 한국의 다양한 유망상품을 소개하고, 우리 수출업체의 미국시장 진출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는데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체험·홍보행사 대신 국내 참가업체와 현지 바이어 간의 1:1 매칭 수출상담회가 핵심 행사로 진행됐고, 수출세미나와 네트워킹 리셉션 등이 사전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김광진 aT 뉴욕지사장은 “이번 행사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브라질, 페루 등 북미와 중남미를 아우르는 바이어 100여개사와 한국의 식품 수출업체 28개사 등 약 130여개사가 참가했다”며 “한국산 식품을 취급하거나 수입에 관심 있는 바이어들을 우선 초청했고, 한국의 유망상품이 Food Bazzar(푸드바자)·H-Mart(에이치마트)·Yummy(야미) 등 현지 온·오프라인 대형유통업체에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 상담회에서는 수출상담 외에도 참가업체의 상품을 활용한 시식행사가 마련돼 현지 바이어 및 언론매체의 호응을 얻었다.

5일 열린 수출상담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우리 농식품이 현지 바이어에게 선을 보였다. 알로에음료와 신선 배, 김스낵, 김치 등 주력수출품목뿐만 아니라 식초음료, 즉석떡볶이, 현미유, 스틱형 홍삼농축액, 분말유자차를 비롯한 유망상품들이 소개됐다. 특히 이들 상품은 건강과 간편함, 매운 맛 등 최근 미국 소비자의 식품 소비 취향을 반영해 현지 바이어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 젓갈·냉동전류·누룽지 등 우리 전통식품과 함께 버섯피클·팥차 등 국내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이색상품이 출품돼 관심을 모았다.

아시안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Starport Foods(스타포트푸드)의 데이비드 샹(David Tsang) 대표이사는 “과거에 비해 한국산 식품의 종류가 훨씬 다양해졌고, 한국 특유의 매력적인 상품들도 많이 출품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상품들의 선전으로 이번 뉴욕 케이푸드 페어는 총 4155만 달러 규모의 수출상담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즉석에서 국내 참가업체 ㈜브랜드아큐멘과 ㈜영풍이 각각 식초음료 1000만 달러 및 즉석떡볶이 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으며, 향후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 확대에 기대감을 높였다.  

농식품부와 aT는 수출상담회 외에도 국내 참가업체들을 대상으로 통관·검역 및 FSMA(미국식품안전현대화법) 규정, 코셔(Kosher; 유대식품시장) 컨설팅, 식품 브로커 지원사업 등 미국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만한 수출세미나를 마련해 호응을 얻었으며, 우리 농식품의 이해를 돕는 참가업체 품목 홍보관 및 시식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 ㈜영풍은 미국 바이어 티업트레이딩과 상담 현장에서 100만 달러 규모의 즉석떡볶이 수출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양인규 aT 구미수출부장, 조호준 영풍 영업팀 차장, 노효응 티업트레이딩 사장, 김광진 aT 뉴욕지사장.

교민·화교·히스패닉 중심…주류시장 진출 아직 요원

바이어 불참·답답한 통역 등
행사 운영 문제점 개선 시급


▲상담회에서 나타난 한계=뉴욕 케이푸드 페어는 미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농식품 수출 매칭 상담회로서, 수출 판로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농식품이 미국 주류 소비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상담회 운영 미숙 등 일부 문제점이 발견돼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실제 상담회에 초청된 바이어의 대다수는 교민과 화교, 히스패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업체들로 한정됐다. 코스트코(Costco),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 아마존(Amazon) 등 미국 식품유통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빅바이어나 이들을 상대하는 벤더들을 찾기 어려웠다.

우리 음료를 수입하는 현지 벤더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한국산 식품이 화교와 히스패닉 시장까지 저변이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품목별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포장들이 많아 미국 빅바이어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급변하는 미국의 식품 트렌드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괜찮은 맛과 품질에도 불구하고 진출 시기를 놓치는 한국 식품업체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진단했다.

우리 쌀과자를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시킨 현지 바이어는 “제품의 맛과 품질에 몰두한 나머지, 또 다른 핵심 요소인 마케팅과 시장조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문제”라면서 “미국 식품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주류마켓 진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행사 운영에 대한 일부 문제점도 발견돼 개선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몇몇의 국내 참가업체와 현지 바이어들이 급작스럽게 상담회에 불참해 진행에 차질을 빚었고, 이에 대한 빠른 조처가 없어 일부 참가업체와 바이어는 최소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상담부스에서 대기 상태로 있었다. 또한 각 매칭별로 30분의 상담시간이 주어졌지만, 상담시간을 넘겨 다음 차례의 바이어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례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 외에 별도로 운영된 관세 및 통관 상담부스와 코셔 컨설팅 부스는 예상보다 관심이 저조했고, 통역 서비스에 답답함을 보이는 참가업체들도 일부 있었다.

이에 aT 관계자는 “aT 뉴욕지사가 매칭 수출상담을 처음으로 운영하다보니, 경험 부족으로 상담회 초반에 진행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이번 행사를 계기로 참가업체·바이어 관리 및 통역 운영 등은 더욱 개선해 차기년도 수출상담회는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 뉴욕 팬시푸드 박람회에서 10년 넘게 한국관을 전담한 맷 토마스 기획이사(사진 왼쪽)와 제이 바타샤르지 영업부장.

#미국 식품시장 전문가에게 K-Food의 가능성을 묻다

"김치 피클 등 미국인 이해 쉽게 홍보를"
"다인종 취향 고려 제품 구성 다양하게"


Matt Thomas(맷 토마스·좌), Jay Bhattacharjee(제이 바타샤르지·우)/뉴욕 팬시푸드 박람회 기획이사 및 영업부장

뉴욕 팬시푸드 박람회는 미국 최대 규모의 식품 전문 전시회로, 맷 토마스 기획이사와 제이 바타샤르지 영업부장은 10년 넘게 팬시푸드 박람회에서 운영되는 한국관을 전담하며 그간 우리 수출 농식품의 흐름을 지켜본 현지 전문가다.

미국 내 한국산 식품의 위상에 대해 묻자, 맷 토마스 이사(이하 맷)는 “십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산 식품은 교민 위주의 좁은 시장을 갖고 있었으나, 꾸준한 홍보활동으로 이제는 인스턴트라면과 알로에음료, 김스낵 등 한국산 식품을 먹는 미국 소비자를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이 바타샤르지 부장(이하 제이)은 “매년 국제적 시장조사기관인 민텔(Mintel)이 발표하는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내 한국산 식품 소비는 히스패닉과 화교까지 저변을 넓히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한국산 식품의 인지도 상승과 연결 짓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이는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코스트코 등 미국 주류 대형마트에 한국산 식품은 찾기 힘들며, 전반적인 인지도도 일본과 중국, 태국에 비해 극히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맷은 “주류 계층인 백인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히트상품이 부족한 것이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우리 농식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맷은 주류시장과 한국산 식품 간의 접점을 찾는 노력을, 제이는 다인종을 겨냥한 상품의 다양화를 꼽았다. 맷은 “미국 주류 소비자들이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 많은데, 한국의 전통장류와 김치를 미국 트렌드에 맞게 홍보해야 한다”며 “일례로 김치를 미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김치 피클’로 제품을 변형하고, 고추장·된장을 건강요리에 어울리는 이색소스로 소개해 다양한 요리법을 전파한다면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는 “미국은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계 등 다인종이 살고 있으며, 취향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며 “어떤 상품을 선보일 때 최소 서너 가지 이상의 종류로 구성해야 시장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시장 진출 위한 조언 한마디 

“과학적인 증명 없이 단순히 ‘~에 좋다’라는 식의 문구는 과감히 삭제하라. FDA의 식품 통관·검역에서 불합격 판정만 받게 된다”-김의만 관세사

“신상품일수록 포장은 작게, 주재료 함량과 가격을 낮춰라. 일단 소비자 입맛을 길들이고 난 후 변화를 줘라”-케빈 신 미국 수입벤더

“소비자와 소통이 가장 활발한 푸드트럭을 홍보수단으로 삼아라. 당신 제품이 알려진다면, 구매바이어가 먼저 당신을 찾을 것이다”-자크 로마노프 식품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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