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한국여성농업인전국대회 
학술행사/성평등 농업정책 실현방안 모색 토론회


제9회 한국여성농업인전국대회의 학술행사인 ‘성평등 농업정책 실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6일 제주도 강창학 종합경기장 내 서귀포청소년수련관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여농이 주최하고, 본보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농촌사회의 성평등 실현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주제발표/성평등 농업정책 실현방안-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농협 여성임원비율 5.8% 불과…최소 30%는 돼야"

농식품부 각종 위원회에
여성비율 40% 이상 유지
지원조례제정도 요구를

 

성평등 농업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여성농업인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지만, 의견을 묻기는커녕 정책 설명도 잘 안 해주는 게 현실이다. 전남도에선 약 700개 마을이 농번기에 마을공동급식 지원을 받는다. 전남 여성농업인들은 농번기에 밥을 따로 안 해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강원도에선 마을공동급식을 시행하지 않는다. 수요조사를 했는데 요구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여성농업인들에게 제대로 의견을 물었는지 되묻고 싶다.

이처럼 지역마다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이 다르다. 전국적으로 확대된 여성농업인 복지바우처의 경우 이용금액과 나이제한 기준 등이 제각각이다. 여성농업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요구도 할 수 있다. 여성농업인 지원조례도 현재 73개 지자체에서 제정돼 있는데, 지원조례가 없는 지역에선 조례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여성농업인들과 관련한 여러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관철시켜나가는 것이 성평등 농업정책의 시작이다.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 따른 ‘2017년 여성농업인육성 시행계획’에 보면 2020년까지 농협 조합원 40%, 임원 10%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재 농협의 여성임원 비율은 약 5.8%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농협의 여성임원 비율이 최소 30%는 돼야 농촌의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다. 여성농업인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농협은 단순한 금융기관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농식품부·지자체 정책위원회에 여성비율을 40% 이상 유지하되, 이중 현장 여성농업인이 10% 이상 포함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는데, 여성농업인들 스스로 더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근 양성평등 교육이 확대되고 있는데, 여성들조차 귀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농업인부터 양성평등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남성농업인에 대해선 정책자금 지원과 연계해 양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토/론/자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부국장(좌장)
김상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사무관
최경인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김둘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


|토크콘서트

전국 1000여개 농협 중
여성조합장은 5명 뿐
말로만 공동경영주 한계

농식품부가 성평등 목표 수립
농가→개인단위 정책 지원
농촌복지여성과 위상 강화를

여성농업인이 6차산업 주도
농업부문 ‘여성기여’ 인정
사람 중심 농정 이뤄져야


▲김선아=문재인 정부가 여성내각 30%를 달성하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이처럼 성평등 실현이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농업·농촌에서의 성평등은 아직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여성농업인이 농업노동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농촌에서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제도 등이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보겠다.

▲최경인=여성농업인들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성평등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중심이고, 여성농업인들은 하는 일에 비해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전국에 1000개가 넘는 농협이 있지만 여성조합장은 불과 5명뿐이다. 2015년부터 ‘여성임원할당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농업인들이 남성중심으로 운영되는 농협의 성불평등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성평등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2016년부터 시행된 공동경영주 등록은 형식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축산농협의 경우 여성농업인은 공동경영주라고 할지라도 가축이 모두 남편 명의로 등록돼 있으면 조합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역농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동경영주면 경제사업 실적이 남편과 통합·관리돼야 하는데 여전히 따로따로다. 말로만 공동경영주인 셈이다.

▲김선아=공동경영주와 여성임원할당제 등이 도입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다. 농업정책의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진행했던 김둘순 박사님께 질문 드리겠다. 현재 농업정책의 성평등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개선해야 될 부분은 무엇인가.

▲김둘순=성별영향분석평가는 정부 정책이 여성이나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성차별이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보는 제도다. 농식품부의 경우 여성농업인육성법에 의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정책을 펴고 있는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양성평등으로 나가야 한다. 여성들만 모여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성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가 성평등 목표를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식품부는 물론 성평등 목표를 수립한 정부 부처는 아직 없지만 선진국의 경우 성평등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현재 농업정책이 농가단위로 시행되면서 여성농업인들이 일부 소외를 받고 있는데, 정부가 개인단위로 정책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성농업인들이 정책당국을 감시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년 농정설명회와 결과보고를 요구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성평등이 중요해진 만큼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의 위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선아=201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던 정은미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정은미=실태조사를 보면 여성들이 농업 생산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가공, 체험, 관광 등 6차산업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잘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농업부문에서 여성기여를 인정해야 성평등 정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성농업인들은 지역의 향토음식, 식문화를 계승하는 무형문화재이며 스토리텔링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역 자원의 쓰임새를 잘 아는 보물창고다. 6차산업의 경우 규모화 보다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지역의 다양한 특산품을 만드는 건 결국 여성농업인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 생산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중심으로 바꾸고 여성농업인들을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마을공동체를 활용한 지역개발 사업에 여성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여성들이 살기 좋은 농촌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김선아=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 말씀 부탁한다.

▲김상열=먼저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동경영주의 경우 도입 당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국 남편의 동의를 얻는 단서조항을 달고 시작하게 됐는데, 내년에는 여성농업인들이 남편 동의 없이 간편하게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성평등 관련해서 모성권 보호라는 개념을 도입해 여성농업인도 엄마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부터 행자부를 통해 지자체가 경쟁할 수 있도록 평가를 강화할 예정이다. 서로 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복지바우처 등 지자체 사업이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농협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여성농업인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김선아=성평등 농업정책 실현을 위해선 결국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열심히 참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한국농어민신문에서도 좋은 현장사례를 소개해 성평등 정책이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정리=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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