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논설위원

 

친환경농업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친환경 인증, 친환경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서 E형 간염 소시지, 생리대 유해성 등 ‘케미컬 포비아(화학 공포증)’까지 확산되고 있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지자 방송과 신문에서는 연일 ‘친환경의 배신’, ‘친환경 적색경보’, ‘친환경 농피아’ 등의 기사가 쏟아졌고, 친환경농업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내몰렸다. 이렇다보니 친환경·유기농산물 수요는 대폭 줄었고, 주말농장이나 텃밭에서 직접 키우겠다는 소비자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경찰은 내달 말까지 친환경 인증 불법행위 특별 단속에 나서고 감사원 감사도 예정돼 있다. 

이를 바라보는 친환경농민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2014년 KBS 방송으로 엄청난 타격을 맞았던 아픈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저농약인증제 폐지라는 제도적 변화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시 터진 부실인증 방송으로 1998년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친환경농업은 하락세로 곤두박질쳤다. 실제 무농약 인증면적은 2000년에서 2012년까지 연평균 44.8%씩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2012년에서 2015년까지는 매년 14.4%씩 감소했다. 무농약 농산물 출하량도 2012년에서 2015년까지 연평균 18.8%씩 줄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인증면적과 출하량이 5.8%, 24.2%로 각각 증가하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이번 사태가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친환경농축산물에 대한 도시민들의 불신, 이에 따른 소비부진, 재배면적과 생산량 축소, 소득 감소라는 악순환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동안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고 경쟁력이란 미명아래 생산·효율성만을 강조했던 결과다. 값싼 수입농축산물과의 경쟁, 자유시장 경쟁체계에서 농민들은 환경친화적이며 안전한 농축산물을 생산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산란계 농가, 친환경농민, 일부 인증기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서 국민들의 먹을거리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적 책무를 망각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국민 먹거리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물론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농민들의 기본 소명이라는 점에서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이번 사태 발생 직후 대한양계협회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국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우선 윤소하 국회의원과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지난 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잔류되는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인가해주고 이를 지원, 공급한 정부와 관련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불법 영업행위 등 명확한 진실규명과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때 보다 더 확실한 관리감독과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는 농민, 소비자 등 모든 국민들이다. 농민은 생업의 위기에 몰렸고, 소비자는 먹거리 안전을 위협받았다. 이는 무엇보다 현재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나눠 맡고 있는 허술한 식품안전관리 체계 탓이다. 하루빨리 식품안전체계 통합 및 일원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것도 대다수 선진국처럼 농업관련 부처로 통합돼 단속보다는 예방에 역점을 두는 것이 순리다. 

친환경농업의 발전토대는 소비자들의 신뢰다. 소비자들의 신뢰 없이는 소비 확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고 더 이상의 발전도 없다.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이번 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친환경농업계가 상호 협력해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다시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태계를 보전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친환경농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안전한 고품질의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경제적 기능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유지, 온실가스 감축 등 공익·환경보전적 기능 등 비경제적 가치 또한 엄청나다. 더 이상 친환경농업을 산업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친환경농업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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