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
지속가능한 농업에 초점
대통령 직속 농특위 만들어
범부처적 협력 끌어내야

25일, 백남기 선생 1주기
정부 차원 사과 물론
진상규명·책임자 처벌해야


“핵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식량안보입니다. 식량주권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상실할 경우 초래될 사회적 경제적 재앙을 막기 위해, 미래산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농업을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 시켜야 합니다.” 가톨릭농민회 회장으로 지난달 17일 출범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위촉된 정현찬 회장은 “농업에 대한 인식과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 대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의 사례를 볼 때 선진국일수록 어느 나라도 농업을 내주는 나라는 없다”면서 “지금 같은 핵 위기 상황 일수록 식량안보는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 역시 “이는 예전과 같이 인증개선, 검사강화, 케이지 보완 정도로 끝낼 것이 아니라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국민의 먹을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농정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쌀 문제, GMO, 농가소득 등 한국농정이 해결해 가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지만,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관점, 농업을 산업의 한 부분으로 보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국가 농정철학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위원회 논의를 해야겠지만, 농민들이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마음 놓고 생산하면서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농정, 젊은이들이 사명을 가지고 농사지을 수 있는 농업이 되려면 가격보장이든, 직불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 회장은 “농업의 문제는 더 이상 농업과 시장에만 맡겨선 안되고,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가 돼야 한다”며 “이런 의지를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 설치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보다 농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가 먼저 출범한 것에 대해서는 “농정개혁위원회는 장관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대통령 직속기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역할을 구분했다. “농정개혁이 힘을 가지려면 농식품부만 아니라 예산, 복지, 환경 모든 분야에서 범부처적 협력이 필요한 만큼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통령 직속기구 구성에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정개혁위나 대통령 직속기구는 이전 정부의 그것처럼 관료 중심 운영이나 생색내기 식이 아닌, 실질적인 체계와 내용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계획이 공약보다 후퇴하거나 내용이 빠진 것에 대해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의 개혁의지가 강하다. 신정훈 청와대 농업비서관도 있고. 농민들도 정권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이럴 때 무엇인가 만들어보자”고도 했다.

정 회장은 2015년 11월 쌀값 보장을 외치다 공권력에 의해 숨진 농민 고 백남기 선생의 곁을 지켜왔다. 그의 죽음을 호도하고 탄압하려는 정권과의 투쟁은 촛불혁명으로 확산돼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정권이 바뀌고 사건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는 오는 25일, 백남기 선생 1주기 이전에 정부 차원의 사과를 비롯한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오길 바란다. “지금 바뀐 것은 서울대병원이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고, 경찰청장 사과, 경찰개혁위 논의 정도입니다. 이 문제는 흐지부지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사를 해서 정말 물대포로 농민 죽게 한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자,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처벌해야 합니다.” 정 회장은 “한 인간의, 국민 생명의 존엄성 차원에서 국가가 국민을 그렇게 했다면, 이전 정부가 한 일이라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사과할 수 있다”며 “25일 이전에 입장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70년대부터 농민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해온 정 회장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거쳐 2014년부터 가톨릭농민회를 맡고 있고, 농민단체 연대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공동대표이자, 67개 농민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국민행복농정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이상길 논설위원·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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