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우리밀농협과 우리밀생산자위원회, 한농연광주광역시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광주전남연맹 등 40여 농민단체 소속 200여명이 8월 30일 오전 전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2만톤에 이르는 우리밀 재고 해소 등을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구·신곡 등 재고 물량 2만톤
추석 이후 밀 파종 발목 잡아
밀다원, 내년 계약 재배 취소
5일까지 수급조절위도 못 열려
"후속 기자회견·집회 개최 논의"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 가을 ‘파종 중단’ 위기에 처한 우리밀 업계가 급기야 공동 행동에 나서며 이번 사태에 대한 특단의 조치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우리밀 관련 단체들은 오는 10월 파종 시기 전 문제 해결을 위해 제2, 제3의 집단행동 등 후속 움직임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우리밀농협과 우리밀생산자위원회 등 우리밀 단체들은 지난 8월 30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이달 말 서울에서 두 번째 공동 행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추석이 끝난 이후 밀 파종이 시작되는데, 구곡과 신곡 등 재고 물량이 2만톤에 달해 수매자금 미확보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파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지속돼 왔고, 최근에는 이런 여론이 한계치를 넘으며 단체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올 가을 파종의 파행 조짐은 업계의 우려 수준을 넘어 최근엔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SPC 계열의 ㈜밀다원의 경우 재고 처리난으로 내년도 계약 재배 계획을 전면 취소한다는 의사를 지난달 말 해당 지자체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밀다원을 시작으로 이런 분위기가 도미노처럼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다른 업체들도 내년도 계약 재배 물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와 더불어 국산밀산업협회가 매년 8월 중에 개최해 내년도 생산 및 계약 물량 계획 등을 논의하는 ‘우리밀 수급조절위원회’는 9월 5일 현재까지 열리지도 못하고 있다. 재고 물량이 눈덩이처럼 쌓여 있어 내년도 계획 수립이 여의치 않다는 업계의 판단 때문이다.

국산밀산업협회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대책 논의가 진행돼 왔었고, 최근 들어 기자회견을 하는 등 사태가 다른 국면을 맞고 있어 그동안의 추이를 지켜보는 차원에서도 수급조절위원회를 여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조만간 수급조절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생산 및 계약 재배 물량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밀 업계가 시급히 요구하는 부분은 재고 물량의 시장 격리다. 1만여톤의 구곡 재고에 우리밀 시장에서 소화할 여력이 안 되는 일부 신곡 물량까지 2만톤의 재고 물량이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곡 물량에 자금이 묶인 중소 수매업체들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라도 구곡 물량의 처리가 급선무라는 게 우리밀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30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누적된 재고와 올해 수매된 3만3000톤의 보관 창고와 수매자금 부족 등 3중고에 대해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현재 2만톤에 이르는 우리밀 재고 처리가 시급하게 요구된다. 하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우리밀 업계는 담당 부처인 농식품부와 지난 6월부터 우리밀 재고 처리 방안을 논의해 왔다. 크게 두 축이다. 하나가 구곡을 담보로 신곡 수매 자금을 지원하는 것과 다른 하나가 1만톤 재고물량에 대해 주정 처리를 협의하는 것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이 방안들이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와 민간 차원의 논의 국면이 틀어지고 민간 진영의 행동 국면으로 바뀌게 됐다.

우리밀 업계에선 정부가 민간의 요구를 충분히 검토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대책 마련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목소리를 종합하면 수매 자금 중 일부인 100억원의 융자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주정용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국산밀산업협회와 한국주류산업협회 간 협의에서 이견을 보인 가격 차액을 보전하는 금액인 7억5000만원(1만톤 기준)이 확보된다면 신곡 수매 문제가 상당 부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현 상태에서 재고량 처분 대책이 강구되지 않을 경우 10월 중 파종해야 할 우리밀은 파종 중단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다”면서 “국내 밀가루 소비량 98%가 수입밀이며, 국산밀은 2%에 그치고 있다. 수입밀로 인해 최대 불이익을 받고 있는 우리밀 생산농가를 위해 7억5000만원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로 생각된다”고 촉구했다.

우리밀 업계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9월 국회가 개원하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우리밀 문제 해결 방안을 담은 자료 등을 전달하고 있으며, 추석 전 서울에서 공동 행동 등 후속 움직임으로 이어나갈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9월 중으로 서울에서 기자회견 또는 집회 등의 공동 행동을 진행하는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독자적인 행동은 물론 다른 농민단체들과 연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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