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마지막 주부터 주요 포도 산지인 상주 모서 지역의 포도가 출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모서농협 APC의 포도 선별 모습.

올해 출하량 급감…성출하기 시세 양호하지만
여름철 잦은 비에 열과 많고 당도 형성 ‘진땀’


고품위 위주 출하 주력
품종 다양화 등
산업 체질 개선 목소리


수입과일 증가로 인한 소비 감소와 가격 침체 속에 지난 2년간(2015~2016년)의 FTA 피해보전직접지불·폐업지원으로 많은 포도 농가들이 작목을 전환했다. 이에 올해 포도 출하량이 급감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포도 성출하기로 접어든 8월말 현재 포도 시세는 비교적 양호하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여름철 잦은 비로 인해 생육 상황이 좋지 않는 등 산지 농가들의 분위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고품위 위주의 포도를 출하해야한다고 포도산업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대와 우려 속에 이제 막 수확기를 맞고 있는 경북 상주시 모서 지역의 포도 산지를 찾았다.

“모서 지역도 30% 정도 재배 규모가 줄어들었어요.”

해발 300m의 준고랭지에 위치하고 있어 양질의 포도 재배에 적합해 20여 년 전부터 포도 주산지로 부상한 모서 포도. 그러나 이곳 역시 침체됐던 포도산업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다수의 농가들이 복숭아와 사과, 밭작물 등 타 작목으로 전환한 것. 또한 일부는 샤인머스켓 등 새로운 포도 품종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에 8월 마지막 주를 기해 캠벨얼리를 중심으로 포도 출하가 시작된 가운데 초반 시세는 비교적 높게 형성돼 있다.

우정진 모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상무는 “지난 2년간의 FTA 폐업지원 영향으로 30~40% 농가가 작목을 전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kg당 2000원을 조금 넘어서던 것이 올 시즌 초반의 포도 시세는 3000~4000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문제는 생육 상황. 여름철, 그중에서도 수확을 앞둔 8월 들어 잦은 비가 산지에 내렸고 이로 인해 당도 형성 등에 어려움이 큰 것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포도를 출하해야 한다는 것이 산지 포도 농가들의 목소리이고 이웃 농가들에 대한 당부이기도 하다. 자칫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시세도 받쳐주지 못하면 근래 몇 년보다 더 큰 어려움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서에서 20여 년간 포도 농사를 재배한 전원녕(61) 씨는 “비가 자주 내려 열과 현상이 나타나는 포도가 많다”며 “그럼에도 고품위 포도 위주로 출하가 진행돼야 한다. 올 포도가 맛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면 결국 생산량 감소에도 가격까지 내려갈 수 있어 포도 산업은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와 같은 경우가 발생해도 피해가 덜 발생하도록 밭에 이중비닐을 처리하는 등 재배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 앞으로는 고품위 위주의 포도 시장이 형성돼야 하고 이에 맞춰 포도 정책이나 관련 사업도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 씨의 발언처럼 포도 관련 기관의 관계자들도 이제 포도 산업이 품종 다양화와 고품위 위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포도 재배 농가이기도 한 김대훈 모서농협 조합장은 “기존 캠벨얼리 이외에 거봉이나 최근 인기가 오르고 있는 샤인머스켓 등 다양한 소비자 입맛에 맞는 품종들이 재배돼야 한다”며 “여기에 공선출하회 등 농가 조직화를 통해 양질의 포도를 생산하고, 품위가 떨어지는 물량은 시장에 내보내지 않으며 가공에도 신경 쓴다면 포도 산업은 다시금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