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감소·시설비용 증가 
산란계 업계·학계 등 지적
"동물복지만 몰고 가면 안돼"


국내 계란 살충제 파동으로 산란계 사육 방식을 케이지에서 동물복지로 전환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산란계 업계 및 학계에서는 동물복지 사육으로 전환 시 계란 공급 감소와 시설비용 증가로 인한 계란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고강도의 ‘계란안전관리대책’에 대해 산란계 업계와 학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12만수 규모로 산란계 사육을 하는 A 씨는 ‘동물복지’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쉬었다. A 씨는 산란계 사육에 있어서 케이지 사육과 동물복지 사육이 공존하는 건 찬성이다. 하지만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동물복지 사육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A 씨는 국내 산란계 사육을 동물복지로 전환 시 공급 물량이 25%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계란 가격도 지금보다 단순 계산으로 4배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계란 가격 상승으로 제과나 제빵 등의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의 가격 부담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A 씨는 시장 여건을 봐 가면서 케이지 사육과 동물복지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맞춰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국내 산란계 업계에 동물복지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동물복지 사육으로 전환한다면 시설 투자와 계란 공급 감소로 인해 결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을 안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확대 추진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과학대학 교수는 동물복지 농장을 추진할 경우 닭 진드기 감소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에 취약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동물복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환경관리 강화나 살충제 사용 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서상희 교수는 “동물복지 방사사육을 했을 때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질병이나 진드기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미국 연구 사례가 있다”면서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동물복지 사육을 확대하기보다 계사 환경관리를 강화하고, 살충제 사용 매뉴얼을 제작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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