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음성군 햇사레산지유통센터에 선별 대기중인 복숭아

그나마 과일 중 나은 편
재배면적 계속 들어
내년, 후년 이후가 더 걱정


복숭아 가격이 심상치 않다. 몇 년 전부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가격은 작년보다도 낮다. 농민들이 체감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예상한 바대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후년 이후가 더 문제다. 많은 이들이 파동을 예상한다. 그럼에도 면적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도 복숭아가 과일 중 제일 낫기 때문이다. 배는 무너진지 오래고 사과도 장기적 하락세로 돌아섰다. 포도는 2015년부터 폐업지원에 나설 만큼 바닥을 보였었다. 이들 과일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복숭아를 선택하면서 과잉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잉은 과일지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충북에서 복숭아 하면 떠올리는 곳이 음성군이다. ‘햇사레’라는 브랜드 때문이다. 주산지 개념으로는 충주시를 꼽았었다. 그러나 이 고정관념은 곧 수정돼야 할지 모른다. 2016년말 기준 충북에서 복숭아 면적이 제일 많은 곳은 영동군이다. 총 1127ha로 충주시의 1115ha, 음성군의 989ha를 작년부로 추월했다.

영동군은 이제 포도의 고장이 아닌 복숭아의 고장으로 불려야 할 정도로 면적이 늘고 있다. 포도 면적이 1323ha임을 감안하면 몇 년 후 복숭아가 1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영동군은 2015년에 포도폐업 면적이 325ha에 달했다. 작년에도 273ha를 폐원했다. 포도를 폐업한 농가가 가장 많이 선택한 작목이 복숭아였다.

2015년 325ha의 폐업한 포도과원 중 절반가량인 174ha가 다른 과수를 심었다. 이중 가장 많은 게 복숭아로 73ha였다. 다음이 자두 30ha, 사과 24ha, 블루베리 13ha, 아로니아 6ha 순이었다. 포도를 캐내고 다른 과수를 심은 농가중 절반이 복숭아를 선택한 것이다.

기존 주산지에서도 복숭아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충주시는 2011년 1038ha였으나 5년 만에 1115ha로 늘어났다. 음성지역도 마찬가지다. 음성 복숭아하면 감곡을 제일로 치지만 면적에서는 음성읍과 소이면이 감곡을 추월한지 오래다. 감곡농협 공동선별 농가가 60명 정도인데 음성농협 공동선별 농가는 200명을 넘을 정도로 면적이 빠르게 늘었다.

충북과 인접한 세종시도 비슷한 경우다. 이전에 연기군으로 불렸던 이곳은 ‘조치원 복숭아’로 유명한 곳이다. 세종시는 2011년부터 복숭아 재배면적 확대에 나섰다. 양이 적으면 명품화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조치원 복숭아 명품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면적을 324ha에서 550ha로 늘리는 사업을 추진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복숭아 폐원에 나섰던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2010년 이후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복숭아 면적은 연평균 6%씩 증가했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5%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면적은 2만270ha로 추정된다.

심각한 것은 최근 새롭게 심은 유목면적의 증가보다도 성목면적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이후 심은 복숭아가 올해를 기점으로 성목이 되면서 생산량이 최대치에 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음성군 햇사레 산지유통센터 한 관계자는 “2010년 넘어서면서 복숭아 값이 좋았다. 너도나도 많이 심었다. 복숭아는 심고 7∼8년 후부터 성목이 되는데 지금이 딱 그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적도 늘었지만 성목에서 따내는 복숭아 양이 늘면서 과잉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과잉은 필연적으로 가격하락을 부른다. 8월 19일 기준 미백 복숭아 최근 5년간 가격을 보자. 2013년 상품기준 4.5kg 상자당 3만1553원 하던 가격이 2014년 1만3950원으로 주저 안더니 작년 1만3130원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1만940원으로 더 내려갔다.

이 같은 하락세는 품종 구분 없이 공통된 현상이다. 음성군 햇사레산지유통센터의 경우 8월초 정산결과 작년 대비 상자 당 2500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7월말까지 출하한 농가를 상대로 정산을 했는데 2500원 정도 값이 내렸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지폐기가 설득력 있게 주장되고 있다. 23과내 제품이나 비품으로 불리는 흠집난 복숭아를 우선적으로 폐기하자는 것이다. 비품 복숭아는 상자 당 3000원 선에 거래돼 박스값과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음성군 임모씨는 “우리 지역도 늘었지만 강원도 쪽 가면 맨 복숭아 밭이다. 내년가면 사과 꼴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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