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 파동을 계기로 종합적인 식품안전관리대책의 마련 요구가 거세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국가 푸드플랜(종합 먹거리 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가 공론화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한층 키우고 있다.

'살충제 달걀 파동' 관련 농식품부·식약처 미흡한 대응·혼선
문 대통령 "국가가 식생활·영양 등 책임 관리" 의지 드러내  
농식품부 7월부터 자체 TF팀 구성도…공론화 기대감 키워 


▲“국민 식생활 책임지겠다”고 밝힌 정부=이번 사태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미흡한 초기 대응은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양상이었다. 사태의 초반엔 이 두 부처의 미숙한 대처와 부처 간 혼선 등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를 잠재운 것 중 하나는 먹거리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여준 정부의 엄중한 현실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들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1일 을지국무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축산 안전관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가 국민 식생활, 영양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야 하겠다”며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식품 안전에 대한 종합 계획과 집행을 위한 국가식품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국무총리가 직접 확인·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백서 발간을 지시하는 등 이번 파동을 계기로 국민의 먹거리 부문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종합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국가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논의가 예상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국가 푸드플랜, 공론화 논의 계기될까=‘국가 푸드플랜’과 관련된 논의는 대선 이후 6월 국회가 가장 먼저 불을 댕겼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 김영춘 더불어민주당(부산진구갑) 의원(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등이 ‘국가 푸드플랜’ 관련 세미나 등을 각각 마련하며 관련 목소리를 모아 나가는 논의 테이블을 꾸렸다.

이어 6월 2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 이후 7월부터 지금까지 농산물 생산과 식품 및 식생활 분야를 맡고 있는 농식품부가 자체적으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 식생활 전문가, 학계, 농식품 업계 및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 10여명이 ‘국가 푸드플랜 추진을 위한 TF팀’에 참여하고 있으며, 2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TF팀에 참여하고 있는 농식품부 관계자는 8월 28일 “7월부터 농식품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TF팀을 구성, 10여명이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며 “실무적인 수준에서 법적 근거나 명칭, 어떤 이슈를 다룰 것인가 등 국가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얼개를 짜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3차 회의도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가 푸드플랜’ 추진 논의를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사태가 마무리되면 빠른 속도로 공론화 논의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김현권 민주당 의원이 8월 25일 대통령 직속의 특별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국민행복농어촌발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대표 발의한 측면도 이런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별위원회가 설치되면 ‘국가 푸드플랜’ 수립 등의 대선 공약을 실행하는 여러 방안들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청와대가 “부처 간 기능 재조정까지 포함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정비하겠다”라고 할 정도로 상당한 의지를 보여준 점은 자칫 부처 간 힘겨루기 또는 이해관계에 묶여 ‘국가 푸드플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을 불식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F팀에 참여 중인 민간 분야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맞아 식품 안전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는 ‘국가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논의를 공론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중장기 차원의 종합 계획이고, 농식품부·교육부·보건복지부(식약처)·환경부 등 여러 부처들이 협업을 통해 유기적으로 시스템이 운영돼야 하는 만큼 많은 논의와 고민, 요구들이 잘 반영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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