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야기된 달걀파동이 최근 국내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탄생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이어 달걀공포증을 의미하는 에그포비아(eggphobia)란 신조어까지 등장해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농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소비자 인식에 무거운 돌을 얹는 격이다.

국민 건강과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대서특필과 연이은 보도를 탓할 순 없으나 각론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일반 전파매체와 일간지가 앞 다퉈 국민 오감을 자극하는 용어를 동원해 위해성 알리기에 나섰지만 부정적 여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은 우려스럽다. 또한 이번 달걀파동과 실질적으로 농업생산성 및 생력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농업약제(農業藥劑)’인 농약과의 차별성에 대해 시각을 달리한 매체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그래서 크다.

그나마 일부 유력 농업전문지에서 ‘살충제 성분 달걀, 과민반응 삼가야’ 등의 기사를 통해 소비자 불안 잠재우기 입장을 견지한 것은 매우 이성적이고 전문적이라는 측면에서 다행이다. 또 식약처에서도 그 위해성의 사실관계를 과학적 검토를 통해 발표한 것 또한 만시지탄이 없지 않으나 국민의 불안 불식을 위한 매우 적절한 역할이라 사료된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의료계는 ‘안심’을 강조한 식약처의 독려를 ‘섣부른 대응’으로 덧씌우며 반신반의 하거나 ‘과장’을 앞세워 부정함으로써 하루빨리 식품안전을 원하는 국민을 여전히 불안반석위에 머물게 하고 있다. 그 또한 먹을거리의 안심과 안정을 바라는 다수의 축산업계를 비롯한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섣부른 대응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정부인 식약처의 보수적이고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발표한 엄연한 사실을 ‘지속적이고 많이 섭취했을 경우’를 전제로 부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과연 지구상에 ‘많이 먹었을 경우’를 전제로 안전한 것이 몇이나 될까? 물과 공기 정도라면 억측일까? 사실 물도 많이 마시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현실을 부정하면 그 무엇도 가정이고 가설이다. 100% 안전한 절대적 안전성을 지닌 물질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부가 정해 놓은 허용기준치 이하이면 안전하다는, 보다 유연하고 의연한 안전성 인식이 요구되는 즈음이다.

국민생명과 연관된 먹거리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차제에 이번 파동의 문제점을 발본색원 하여 말끔히 해결돼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파동이 ‘친환경이 곧 식품안전’인양 맹신하고 추종해 온 그릇된 시각이 빚어 낸 결과물일 수도 있음을 재인식 하고 제대로 된 안전농산물을 보는 국민적 정서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작물보호제인 농약성분을 엄연히 다루고 사용하는 일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농약을 본래 용도에 맞지 않게 오용함으로써 식품 불안을 야기하고 인축을 위해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관련 분야 종사자는 물론 공직자들의 입장이 당당해질 수 있다. 이번 달걀파동이 정상적인 농업용도로 사용되는 농약 자체는 물론 일반농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일부 오·남용의 문제가 마치 본래의 문제인 양 인식되는 인식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박학순/작물보호협회 교육홍보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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