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은 협동조합으로서 사회와 함께하는 의제에 적극 참여한다. 농업과 식량주권을 중시하고 GMO에 반대하며, 토종씨앗을 살리는 일과 친환경의무급식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면,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탈핵 생명운동에도 참여한다. 

곽금순 한살림 상임대표는 지난해 겨울부터 국민행복농정연대에 참여, 농민들과 함께 농정대개혁 과제를 제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 후보들이 이를 수용하도록 하는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의 농정 흐름을 보면 실망스럽고 막막하다.


대선당시 약속했던 농정공약
국정 5개년 계획서 배제·후퇴

'GMO 완전표시제' 등 빠지자
농촌진흥청 협상 태도 달라져

농업은 도농 상생의 문제
소비자도 농정개혁 주체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관해 약속을 하셨어요. GMO 식재료를 학교급식과 어린이집 급식에서 퇴출하고, 친환경 학교급식을 확대하겠다고요. 그런데 국정과제에선 아주 빠졌어요.” 곽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농업분야 국정 5개년계획이 공약보다 후퇴하거나 아예 배제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고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처음엔 농업 공약을 비중 있게 다룰 줄 알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당선가능성이 높아서 그런지 후보 측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였어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정과제를 보니 국민의 먹을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관점이 없는 것 같아 막막합니다.” GMO 완전표시제와 Non-GMO 표시 허용은 농민, 소비자단체가 강력히 요구했지만, 당시 문 후보 측은 ‘GMO 표시제 및 식품표시제도 강화’ 수준에서 공약을 발표했고, 이것조차 국정과제에서 제외됐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한창 진행되던 농민시민사회단체와 농촌진흥청과의 GMO 중단관련 협상에도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곽 대표는 “정권이 바뀌면서 GMO 반대 목소리를 나름 경청하던 농촌진흥청이 GMO 문제를 정부가 외면하니까 비협조적으로 태도가 변했다”고 전한다. 

농민시민단체들은 지난해 농촌진흥청 GM작물개발사업단이 피부미백을 위한 GM벼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전국적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결과, GMO 작물개발반대 전북도민행동과 농촌진흥청의 협상은 난항을 겪다가 25일 △GM 작물 생산 중단 △ 농촌진흥청 GM 작물사업단 해체 수준까지 의견이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농진청의 GM작물사업단을 해체하고, 농식품부와 식약처를 포함한 범 부처 차원에서 GM 작물 상용화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는 게 곽 대표의 입장이다. 아울러 식약처의 Non-GMO 표시 규제를 즉각 폐지, 민간 자율에 맡기라고 주장한다.

곽 대표는 “정부는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가 터질 때 마다 봉합 위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먹을거리 플랜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먹을거리 플랜의 기본철학은 성장 제일주의에서 행복 중심주의로, 기업 중심에서 시민중심으로, 인간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 소유에서 소통으로, 경쟁에서 관계와 협동으로 삼고, 건강·치유·교육의 관점을 기본 방향으로 삼아야 합니다.” 헌법에도 먹을거리 기본권을 기본권 조항으로 넣어 사람들의 건강, 행복을 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 및 이를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곽 대표는 학교급식, 공공급식의 확대가 먹을거리 복지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늘 값싸고 낮은 품질의 식품을 섭취하게 되는데,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을 전면 확대하면 최소한 이곳에서 만이라도 바른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다”는 얘기. 생협의 직거래 확대와 함께 공공급식, 학교급식의 계약생산, 계약소비가 늘면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폭락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에 근원을 두고, 인농 박재일이 창립한 한살림은 농민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모심과 살림, 호혜와 협동의 관계로 본다. 이런 세계관은 경쟁과 성장일변도의 국가 정책으로 비롯된 농업의 위기를 맞아 농정 패러다임을 농민 행복과 국민행복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상통한다. 그가 농업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지난 대선부터 생협이 농정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생산과 소비는 하나이고, 농업은 공공재이기에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농상생의 문제이며, 소비자가 이 문제의 주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지난 17일 출범한 농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곽 대표는 “지금이 바로 농정 전환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상길 논설위원, 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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