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의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된 채소류(양념채소) 수급 안정을 위한 주산지 미니전망대회엔 100여명의 농민들이 참석해 향후 양념채소 전망을 듣고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수입산 냉동 양념류의 지속적인 증가 속에 국내 양념채소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산지의  양념채소 농가들은 급증하고 있는 수입산 양념채소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주최·주관 속에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된 ‘채소류(양념채소) 수급 안정을 위한 주산지 미니전망대회’에선 양념채소 산업의 현주소와 더불어 산업 발전을 위한 농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2011년 이후 중국산 건고추 수요 늘어 국산 재고 증가
마늘 수입비중도 2000년 5.2%→지난해 20.1%로 늘어

건고추 생산량 줄어 가격 들썩…“수입량 늘려선 안돼”
보따리상인 단속 허술 도마위…허용한도 낮춰야 주문


▲양념채소산업 현주소=이날 농경연 농업관측본부 양념채소팀이 발표한 ‘고추·마늘·양파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건고추의 경우 2011년 이후 중국산 건고추(고춧가루) 수요가 늘어나 국내산 재고량이 증가하고 있다. 관세율이 낮은 냉동고추와 혼합조미료 및 기타 소스 등의 수입이 크게 늘면서 건고추 공급량 중 수입 비중은 2000년 13.4%에서 2015년 50.5%, 2016년 53.4%로 급증했다. 여기에 건고추 소비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4년 이후 국내산 생산량은 평년보다 적으나 산지가격도 평년다 낮은 모순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마늘 수입 비중도 2000년 5.2%에서 2014년 11.7%, 2015년 21.4%, 2016년 20.1%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산 냉동마늘이 수입 비중을 늘리는데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산 중국산 냉동마늘 가격은 관세 27%를 적용해 kg당 2700원으로 국내산 깐마늘의 40% 수준이었다.

다만 양파는 건고추와 마늘 산업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다. 양파의 수입 비중은 2014년 1.5%에서 2015년 15.8%로 증가했지만 2016년에는 5.4%로 줄었다. 국내 생산량의 변화에 따라 수입 비중이 들쑥날쑥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건고추·마늘과 달리 1인당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2002년 1인당 20.2kg이었던 양파 소비량은 2015년엔 26.8%까지 증가했다.

▲올해산 건고추 및 내년산 마늘·양파 생산 전망치=올해 건고추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2~16%, 평년 대비 23~27% 줄어든 7만2000~7만5000톤으로 추정됐다. 지속적인 소비 위축과 수입산 증가 속에 재배면적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산 건고추 수확기 가격은 생산량 감소로 전년산보다 높겠지만 평년보다는 낮을 것으로 농경연 농업관측본부는 전망했다.

마늘도 양파로의 작목 전환 등으로 2018년산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최소 2만3680ha에서 최대 2만4595ha 사이에 유지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평년보다는 조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8년산 양파 생산량은 전년 대비 큰 폭의 증가가 예고됐다. 2017년보다 10.6%, 평년보다 1.8% 증가한 126만5000톤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됐다.

▲농가 의견=이날 종합토론 자리에선 농가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중심은 ‘늘어나고 있는 수입산’에 맞춰졌다. 한 건고추 생산 농민은 “올해는 그나마 생산량이 급감해 건고추 시세가 지난해보다 좋은데 가격이 조금 높다고 수입산을 들여오려 하면 안 된다”며 “최근 몇 해 건고추 가격이 상당히 안 좋았는데 이때는 별다른 대책도 나오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산지 단속과 수입 물량 통제가 동시에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다른 농민은 “보따리 상인들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다수의 수입 물량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더불어 허용 수입량 한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한 농민은 “소비자만이 아닌 생산자도 위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의견들에 대해 김상엽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수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건고추의 경우 가격이 높아도 경계단계까지는 주의해서 관찰하지 그 이상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보따리상의 수입물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선 우리 부에서 관세청에 건의도 하고 있고, 밀수 문제도 특별히 다시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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