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농업분야 국정목표에 쓴소리

농업 지속가능성 위해서는 
농지문제 해결 반드시 필요

쌀은 농민 기본 소득원
소비자에게는 생명줄

논 함부로 없애서는 안돼
대체작물로 농민 피해 없도록
다각적인 대책 마련해야 


문재인 정부 100일의 장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박수와 기대를 보내고 있다. 적폐청산과 민생에 대한 노력에 대해서다. 그러나 농업분야는 예외다. 농업분야 국정운영 5개년계획은 공약에 비해 실종되거나 후퇴했고, 심지어 지난 정부의 잘못된 농정을 답습하기까지 한다. 그동안 농정대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농민시민사회의 대표자들은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공약을 지키고 농정개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돌아오는 농촌이 되려면 먼저 기존에 농사짓고 사는 사람의 형편이 나아져야 합니다. 이런 대책으론 불가능합니다.”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 국정5개년 계획에 대해 “후보 시절 공약도 좀 미흡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디테일이 좀 살아 있었는데, 국정과제 농업분야는 슬로건처럼 보였다”며 “기본소득에 준하는 고정직불제의 확대 같은 걸 기대했는데 없고, 농업과 농촌이 5년 뒤에 어떻게 가겠다는 그림이 안 그려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농업분야 국정운영계획이 대선공약보다도 후퇴, 축소된 것과 관련, “장관, 비서관 임명이 늦어져 점검하지 못했다, 국정기획위가 한 일이다, 관료들이 만들었다는 말이 있지만, 대체 농업분야 과제를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며 “캠프 참여 인사들, 농식품부와 청와대 인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알 만한 사람들이 각자도생하면서 새 정부의 인사 관련 전화만 기다리더라”며 “누군가가 중심을 잡고 농업계의 합의를 모아 정부 인사추천이나 농정개혁에 관해 문재인 정권 핵심부와 소통하는 체계가 없었던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영향력 있는 인사가 농업계의 중지를 모으는 실질적인 지도력으로 정부와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 소장은 농업분야 국정목표가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으로 돼 있는데 대해 “우선 지금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소득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최저 시급이 7530원으로 올랐는데, 이 기준대로 하면 한 달 급여가 157만원, 1년이면 1800만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소농들 농사지어서 조수익 1000만원 올리기 힘겹고, 순수익 700만원도 안됩니다.” 정부가 최저임금 챙기는 만큼 농민들에게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최소한의 기본소득이든, 직불금이든 보장해야 된다는 것이다.    

“농가인구가 줄고, 그나마도 고령이어서 더 이상 농업을 산업으로나 소득원으로 영위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대로 두면 농업은 10년 내 회생 불능의 상태로 전락합니다.” 그는 김영삼 정부 이후 25년이 지나 반복된 구호지만, 그간 농업은 더욱 악화됐고, 역설적으로 ‘다시 사람이 돌아오는 농어촌’은 중요한 과제라 했다. 

그러나 이번 국정운영계획으로는 실현 불가능하고, 보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농지가 있어야 하고, 주거가 있어야 하고 기술을 배워야 하고 아이들 교육의 양과 질이 보장돼야 합니다.” 그는 “국정과제에 나온 청년농업인영농정착지원제와 귀농귀촌인 임대주택단지 조성 정도로는 젊은이들이 돌아와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 넣고 지역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고령화로 해마다 5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사망하는 현실에서 농업을 유지, 재생하려면 적어도 해마다 1만명 이상의 후계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농지문제의 해결이 반드시 필요한데, 대선 과정에서 나왔던 경자유전 원칙의 유지 강화나 농지제도 논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농지소유나 임대차가 필수조건이므로 고령농이 새로운 후계농에게 농지를 승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부재지주의 농지는 중과세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실 경작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임차농이 자리 잡으려 해도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하고, 언제든 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리는 게 큰 문제”라며 “임차농의 권리를 보호하는 임대차관리법 등 농지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말했다.   

쌀 문제와 관련, 그는 “쌀은 농민에게는 기본소득원이고, 소비자에게는 생명줄”이라며 “논을 줄이거나 없애는 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치 못해 생산조정을 해도 다시 생산이 가능하도록 논의 형상과 기반을 유지하고, 대체작물로 인해 기존 농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정 대전환이 정착되는데 10년이 걸린다면, 이 정부의 5년은 절체절명의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골든타임”이라며 “농정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다시 되새겨 우리 농업의 마지막 회생의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대선 때 걸었던 농정공약을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살충제 달걀파동과 관련, “이번 일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증대되는 계기가 돼야지, 낮은 계란가격을 위한 규모화, 생산시설 중심 농정과 기업자본의 농업지배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놔두고 농민이나 친환경농업이 문제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상기했다. 

이상길 논설위원·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