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조정제 등 내놨지만 장기적 관점 부족

 16개 과제 중 '공익형 직불제 개편' 등 14개 반영
 정부-국민-농업인 '상호준수협약' 정신 빠져 아쉬워
'청탁금지법 국산 농축수산물 예외' 등 향후 과제로


문재인 정부가 취임 100일 평가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공약사항을 성실히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런 자평에 대해 농업계는 농업·농촌 정책 개발이 미흡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21일 100대 국정과제에 농정공약 반영 유무와 평가, 향후 과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100대 국정(농업분야)과제에 대한 의견=한농연이 대통령 후보시절 농정농약으로 제시했던 16개 과제 중에 14개가 반영되거나 일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우선, 농업·농촌 분야 국정과제의 경우 △쌀 생산조정제 도입 △공익형 직불제 개편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제 도입 △국가 및 지역단위 푸드플랜 수립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추진 △농어업회의소법 법적 근거 마련 등 한농연이 제시한 핵심 농정공약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쌀 생산조정제와 주요 농산물 생산안정제 확대 추진(4000억원 추가), 밭·수산 직불금 단가 단계적 인상(연 5만원/ha),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 신규 지원(4000억원 추가) 등은 구체적인 재원 투입 방안까지 제시된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라고 봤다.

그러나 그동안 농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범국민적인 공감과 합의를 토대로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정부-국민-농업인간 ‘상호준수협약’의 정신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는 분석이다. 

특히, 100대 국정과제 농업분야 과제는 농업·농촌 문제를 단순히 단기적 현안 관리의 문제로만 인식·접근할 뿐 지속가능한 생태·경제·사회 구축을 위한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농촌 공동체 및 생태·환경의 회복,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인재의 양성과 산업 혁신을 위한 철학 정립과 명확한 전략·전술 수립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향후 농업분야 과제=한농연은 앞으로 국정과제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농업분야 과제로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 반영한 헌법 개정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국산 농축수산물 예외 인정 △식품안전청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외청 신설 등을 꼽았다. 

헌법 개정 요구의 경우 현행 헌법 내 관련 조항이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며, 매우 부실하다고 판단한 것. 따라서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을 반영하기 위해 현행 제9차 개정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제121조(경자유전의 원칙)과 제123조(농어업의 보호·육성)에 반영된 농업·농촌 관련 조항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부·농업인·국민간의 상호준수의무(Cross-Compliance)를 명확히 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농업인 중심의 법적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농업·농촌에서 젊은 정예 인력을 유치하고 정부의 후계농업경영인 육성 정책의 세부 내용(시행지침)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의 하위 법령으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한우·인삼·버섯류·과실류 등 고가 농축수산물의 피해가 실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일반 공산품 등과 달리 예외품목으로 인정할 것을 강조했다. 식품안전청 신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장하는 식품 위생·안전관리 조직을 농식품부 산하로 독립 편성해 식품안전 업무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토록 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한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완전표시제 도입·실시 △농지법 개정을 통한 농지 소유·이용·보전제도 전면 정비 △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 및 핵심 곡물(식용·사료용) 자급률 제고 △취약계층 식품보조 지원 정책 내실화 및 공공급식 대폭 확대 등을 정책 과제로 꼽았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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