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관련 전국의 산란계 농장 1239개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총 5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계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살충제 잔류기준 부적합 농장수가 52개로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18일 전수조사 결과 49개 농장이 부적합했다고 발표했지만 지자체의 보완조사에서 3개 농장이 부적합으로 판정된 것이다. 정부는 문제된 농장의 계란 출하 중지와 함께 유통물량을 수거해 폐기조치했다. 그나마 살충제 계란이 파장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계란의 건강 위해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이번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계란의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본보는 산란계 산업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 봤다.


밤만 되면 나오는 진드기…산란율 떨어지고 가금티푸스 우려 ‘골치’
농가 효능 높은 방제약품 개발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부는 ‘뒷짐’

“부적합 농장주 엄중조치” 정부 생산자 책임 강화·제재 실효성 높여
계란유통센터 수집·판매 의무화, 안전성 검사 거점으로 활용 계획도


◆전국 52개 농장 부적합 판정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개소를 전수 조사한 결과 49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전수 조사 과정에서 일부 검사항목이 누락돼 시·도 지자체가 420개 농장에 대한 보완 검사를 실시했고, 21일 보완검사 결과 결과 3개 농장에서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됐다. 플루페녹수론의 잔류 허용기준은 ‘불검출’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살충제 전수 검사에서 최종적으로 5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검출성분별 부적한 농장수는 피프로닐 8건, 비펜트린 37건, 플루페녹수론 5건, 에톡사졸 1건, 피리다벤 1건 등이다. 부적합 판정된 계란은 출하 중지와 유통물량 추적조사를 통한 전량 회수·폐기 조치됐다.


◆진드기 잡으려다 금지 약품 사용까지

“닭 진드기가 밤만 되면 계사 곳곳에서 튀어나와 닭들을 괴롭혀 산란율도 떨어지고 가금티푸스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지역 한 산란계 농가는 닭 진드기와의 질긴 악연을 하소연했다. 산란계의 경우 계란을 하루라도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해 산란 중추를 외부에서 구매해 사육한다. 이 때 구매한 산란 중추에 닭 진드기가 묻어 있을 경우 오염이 안 된 농장 전체에 퍼지게 된다.

산란계 농가에 따르면 닭 진드기는 낮에는 계사 구석에 숨어 있다 밤이 되면 활동한다.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이지만, 산란계를 흡혈하고 나면 적색을 띄고 크기도 조금 커져 겨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닭 진드기의 문제는 산란율 저하와 가금티푸스 근절의 어려움이다. 닭 진드기가 야간에 활동하는 까닭에 산란계들의 수면을 방해하는데 이는 곧 산란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산란계 농가들의 설명이다. 또 닭 진드기가 흡혈하는 과정에서 세균성 전염병인 가금티푸스도 발생해 폐사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시중에 시판되는 닭 진드기 방제약의 약효가 떨어져 점점 효능이 좋은 약을 찾다가 끝내는 닭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까지 사용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약품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농가들이 사용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거나 이를 숙지하고도 매뉴얼대로 방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A사의 제품의 경우 비펜트린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방제 시 산란계가 없는 빈 계사에 사용토록 돼 있다.

하지만 산란계 사육 특성상 연중 사육이 이어지기 때문에 일부 산란계 농가들이 산란계에 직접 닭 진드기 방제약을 뿌려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 같은 문제는 산란계 농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8월에는 친환경 방제약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체가 경기 지역 일부 농가들이 사용이 금지된 농약 성분의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농가들도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양계협회를 통해 국회나 농식품부에 효능 있는 닭 진드기 방제약품의 연구 개발을 요구했다. 산란계 농가들에 따르면 정부에 이 같은 요청을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한 산란계 농가는 “금지된 방제 약품을 사용한 농가들도 문제가 있지만, 그동안 농가들의 꾸준한 요청을 무시한 정부도 잘못이 있다”면서 “산란계 농가 전체를 죄인으로 몰지만 말고, 정부의 안전하고 실효성 있는 닭 진드기 방제약품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루 2~3개 섭취해도 안전

살충제 잔류 파동이 일었지만 국내산 계란의 안전성은 입증되고 있다. 국내산 계란의 위해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식약처는 위해성을 평가를 시행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계란 섭취량은 평균 0.46개인데 하루에 2개 이상을 먹는 극단섭취량의 경우에도 위험 한계값은 2.39~8.54% 수준으로 건강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기준치 이하의 극미량을 음식을 통해 섭취됐어도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설명이다.

식약처의 이번 위해성 평가는 계란을 많이 먹는 극단섭취자(상위 97.5%) 조건으로 진행됐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근거로 산출된 연령대별 극단섭취량은 1~2세 2.1개, 3~6세 2.2개, 20~64세 3개 등이다. 또한 살충제 검출량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피프로닐(0.0036~0.0763ppm), 비펜트린(0.015~0.272ppm), 에톡사졸(0.01ppm), 플루페녹수론(0.0077~0.028ppm), 피리다벤(0.009ppm) 등으로 설정했다.

이 같은 조건으로 가정할 경우 피프로닐 최대로 검출된 계란을 연령대별로 2~3개 섭취했다면 위험 한계값의 2.39~8.54% 수준으로 건강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부적합 건수가 가장 많았던 비펜트린의 경우 최대 검출량을 가정해 평가했을 때 위험 한계값은 7.66~27.41%로 수준에 그친다.     


◆계란이력추적제 도입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는 계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은 물론 앞으로도 동일한 사안에 대해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과련 법령에 따라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유독·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있는 것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축산물 기준·규격 위반한 경우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내려진다. 이로 인해 이번 검사에서 불검출 대상 잔류농약 성분이 나왔을 경우에는 유독·유해 물질 위반으로 분류되고, 허용농약 중에서 잔류기준이 초과됐다면 축산물 기준·규격 위반에 해당된다.

정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적합 농장주에 대해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위반 사항이 있는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동시에 농가 인식 제고를 위해 위생 안전 매뉴얼을 제작해 농가 교육도 강화키로 했다.

계란 유통 관련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생산부터 유통·판매단계까지 계란 이력추적제를 도입해 잔류농약 등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역추적을 등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계란의 표면에 지역과 생산자 등이 표기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따라서 난각의 표시방법을 고유번호 한 가지로 통일하고 생산 일자도 표시하도록 개선키로 했다. 또한 HACCP 평가항목에 살충제 항목도 추가된다.

계란유통센터(GP)를 통한 수집과 판매 의무화하는 한편 안전성 검사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중점 추진될 전망이다. 과거 부적합 이력농가와 대형마트, 음식점 및 학교급식, 제조회사에 계란을 납품하는 판매업체 등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관련 정보도 공개키로 했다.

가축 사육환경 개선대책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 확대와 친환경 인증제도 개선 등을 조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닭의 경우 케이지 사육 또는 평사 사육 등 농장의 사육환경표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후속 대책에 포함됐다.

이병성·안형준 기자 leebs@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