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한옥마을 초입에 위치한 전주전통술박물관의 박일두 관장은 전통술이 갖는 가치를 젊은이들에게 알리는 방안을 찾는 데 많은 고민을 쏟고 있다. 박물관에선 전시와 교육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막걸리 일부 전통방식 제조땐
쌀 소비 걱정 안할만큼 늘 것  
전통주 교육·체험 등 통해
젊은이들에 널리 알릴 생각 


“한옥마을이 점차 한옥마을답지 않은 부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슬로푸드가 정착되면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로푸드의 대표적인 음식이 전통술인 만큼 올해 박물관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우리 전통술을 많이 알려 나가고자 합니다.”

박일두 전주전통술박물관 관장의 말이다. 올해부터 박물관 관장을 맡게 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한옥마을이라는 공간과 슬로푸드인 전통주의 가치를 연결하는 철학이 인상적이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전통의 맛을 대표하는 고장 중 하나인 전주, 그 중에서도 옛 정취를 듬뿍 머금은 한옥마을의 초입에 위치해 있다. 대지 180평, 건평 80평 규모로 2002년 개관한 이 곳은 관람객들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체험형 술 박물관이다. 전시와 교육뿐만 아니라 체험이 가능하고, 지역의 전통주도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안테나숍’ 역할도 하고 있다. 

박일두 관장은 “술, 김치, 누룩, 젓갈 등 전통음식들의 대부분이 슬로푸드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술이 대표적인 슬로푸드”라며 “술에는 여러 가지 문화가 깃들여 있는데, 갈수록 전통술의 명맥이 없어지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여러 원인들 중 박 관장이 지목한 이유로 몇 가지가 있다. “예전에는 김치처럼 술을 집집마다 담궈 먹었는데, 누룩 등 토종 종자들이 규모화되고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사라졌다”며 “일제강점기의 주세정책과 1960년대 양곡관리법 등의 영향으로 가양주들이 소멸되면서 다양성과 특색을 갖춘 우리술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관장은 “막걸리의 일부라도 전통 방식으로 전환해 제조하게 되면 쌀 소비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쌀 소비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주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게 되면 지자체에서도 지역특산주 판매가 많아질수록 세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통주 소비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또 전통주 소비가 활성화되면 누룩 등의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주가 좋은 술이고, 어떻게 만드는지, 그 안에 굉장한 얘기가 있다는 점을 많은 이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식시켜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다양한 전통주 교육과 체험 등을 통해 전통술을 널리 알려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의 술 교육은 술을 이해하려는 전문가 등을 위주로 이뤄져 있는데, 아파트에 사는 젊은 새댁에게 교육을 하면 직접 담글 수는 없지만 좋은 술을 골라 마시거나 선물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다양한 공연과 여러 술들이 함께하는 품격 있는 ‘술파티’ 등의 체험행사도 준비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물관에서는 전통주 미각체험, 전통주 빚기 체험, 술잔을 띄워 전통주를 즐기는 ‘유상곡수연’ 체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박 관장은 “전주전통술박물관이 한옥마을의 관광명소를 넘어 많은 관광객들에게 우리술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전통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한옥마을을 방문하게 되면 전주전통술박물관도 꼭 들러달라”고 당부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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