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선언하고 지난 시대의 적폐청산에 나서면서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정신과는 동떨어진 행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농협중앙회다. 농협중앙회 상층부가 어려운 농민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제 잇속을 과도하게 챙겼다가 뭇매를 맞았다. 올해 초 퇴직 임원에 대한 지원 규정을 고쳐 중앙회장이 퇴직한 후에도 퇴직공로금과는 별개로 2년간 매월 500만원을 지급하고 차량과 기사도 제공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서다. 이의 첫 수혜자는 김병원 회장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셀프 전관예우’, ‘청산 대상 적폐’라는 비난여론이 들끓자 농협중앙회는 22일 이사회에서 이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17일 밝혔다. 농협은 퇴임 임원 지원이 기준 없이 운영되는 관행 개선 차원에서 근거규정을 마련했으나, 김 회장의 개혁의지에 배치된다고 판단해 폐지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김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김병원 회장은 지난해 1월 중앙회장 선거에 당선되면서 협동조합 정체성에 입각한 중앙회 개혁과 농가소득 5000만원을 내세웠지만, 농민조합원의 정서와 동떨어진 행보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농가소득 5000만원의 경우 목표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고, 창조농업지원센터 설립은 과거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비상근 명예직인 농협중앙회장에게 재직 중 막대한 보수와 퇴임 후 전관예우는 옳지 않다. 이는 농협의 주인인 농민조합원들이 처한 곤궁한 현실과 협동조합의 가치에도 어긋난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농협중앙회는 농민조합원의 농협으로 개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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