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난 몇 년간 생산지향적인 농정패러다임을 다기능적인 또는 환경지향적인 농정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 전문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나마 지난 정권에서도 농정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방침을 농정계획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농정개혁에 대한 관심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취임사에서도 농정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우리 농업과 농촌이 당면한 적폐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안이한 것 같다. 우리가 당면한 현재의 문제는 과거 정책의 실패에 의해서 나타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과거 정책에 의해서 나타난 적폐를 파악하고 현장의 문제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 이것이 필요하다.

정책 전반 평가, 적폐 청산 최우선

농정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존 농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존 농정의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한 이후에 이들의 활동이 우리 농업과 농촌에 주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 농정에서 배제된 농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인식하고 이들의 기능과 역할을 제고하는 것이 향후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수혜자와 소외자를 언급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다만, 기존 정책사업들이 갖고 있는 모순점을 파악해서 농정개혁의 필요성을 농정 담당자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기존 정책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모순된 사례를 살펴보자.

기존 농정 수혜·소외자 파악부터

가장 먼저, 쌀 직불금을 인상하면서도 쌀 공급과잉을 걱정하는 것은 서로 모순된 정책이다. 쌀 직불금을 인상하면, 생산조정 조치든 시장격리 조치든 상관없이 쌀 생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쌀 가격이 증가하면 또한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특정 품목을 지원하는 직불금이나 정책은 해당 품목의 생산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당연한 논리적인 귀결이 있는데, 이런 정책을 농식품부가 유지하는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실제 EU 등 선진국에서 품목에 대한 보조금을 감액하고 점차로 품목에 상관없이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치를 확대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농약을 기준대로 잘 주라는 GAP농산물은 인증하면서 농약을 기준보다 적게 주라는 저농약 농산물 인증을 폐지하는 것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저농약 농산물 인증을 폐지하면서, 당시 농식품부에서 제시한 이유가 친환경농산물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잘 관리된 농약을 주는 농산물은 안전한 식품이고 농약을 기준보다 적게 주는 것은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논리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산물은 인증하면서 친환경가공품은 인증하지 않고 유기가공품만을 인증하는 것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생산자와 가공업자의 판로를 제약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서 오히려 유기농산물과 유기가공품의 수입업자들이 수혜를 받고 우리 친환경농업 종사자들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 농촌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6차 산업은 지원하면서, 자원을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활동은 지원하지 않는 6차 산업 정책은 결과적으로 농촌자원을 파괴하는 정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농촌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서 농가의 소득증대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6차 산업 지원정책은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런 정책의 대 전제는 농촌지역의 다양한 자원이 보존되는 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 자원에 대한 보존정책이 전무한 현재의 6차 산업 정책은 그 정책의 수혜자와 소외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살펴봐야 할 중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의 변화 새로운 눈으로 봐야 

그러고 보니 해방 후 농지개혁 이후에 우리가 농정개혁을 제대로 추진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생산량을 높이거나 다른 일거리를 통해서 농가 소득을 올리는 것이 우리 농정의 가장 큰 목표였고, 이것이 현재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농정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하고 농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오랫동안 해 왔던, 조금은 구태의연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제는 현장의 변화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농정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으로부터 또는 국정에서 소외된 농정을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농정으로 그리고 국정운영 목표 달성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농정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