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에서 총각무 하차 거래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산지 농가들의 불만과 반발이 적지 않다. 사진은 하차 거래 초기 팰릿 작업이 되지 않고 가락시장에 대기 중인 총각무 출하 물량.

1일부터 예정이었지만 산지 반발로 10일에나 시행
적재량 절반으로 줄고 비가림 시설면적 등도 부족 
농가 피해 고스란히…“현장 외면, 일방 추진” 지적


서울 가락시장에서 총각무 하차거래가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당장 산지의 농가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물량이 많지 않은 강원 지역 뿐만 아니라 김장철 성출하기를 앞둔 지역의 농가들은 현지의 사정을 무시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일방적인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공사는 지난 1일부터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총각무에 대한 하차 거래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2019년 완공이 예정된 시설현대화사업에 따른 채소2동 건립 일정에 맞춰 진행되는 것으로 무, 양파에 이어 세 번째 품목이다.

이에 서울시공사는 총각무 하차 거래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정부의 물류기기 공동이용사업과는 별도로 출하자의 물류기기 사용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팰릿을 이용하면 장당 5000원과 함께 다단식 목재상자인 우든칼라를 사용하면 1단당 1500원을 지원한다. 산지에서 5톤 차량 기준으로 총각무를 12장의 팰릿에 싣고 출하하면 차당 6만원을 지원받는 셈이다. 여기에 팰릿 위에 우든칼라 2단을 함께 사용하면 최대 10만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게 서울시공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시공사의 계획과 달리 현장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당장 지난 1일부터 시행한다던 하차 거래는 이뤄지지 못하다, 10일이 지난 후에야 실시됐다. 농가들의 반발로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농가들은 현장의 상황과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서울시공사가 일방적으로 펼친 행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농가들에 따르면 당초 서울시공사는 8월 1일부터 총각무의 포장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지 농가들은 강원도 출하 물량의 경우 총각무를 세척하고 잎이 시드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뿌릴 수밖에 없어 박스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해 하차 거래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무리한 하차 거래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산지 농가들의 주장이다. 당장 하차 거래를 위해서는 팰릿에 적재를 해야 하지만 이 경우 차량에 실린 총각무의 쏠림 현상이 발생해 정작 가락시장에 도착해서는 하차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해 하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하차 거래를 할 경우 평소에 비해 적재량이 줄어들게 되면서 농가들의 운임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 총각무는 5톤 트럭 기준으로 많게는 8000단까지 실을 수 있다. 그러나 하차 거래를 위해 팰릿 위에 적재할 경우 절반 정도 밖에 싣지 못한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이럴 경우 성출하기 농가들의 운임비 부담은 기존에 비해 2배가 더 들어가는 셈이다. 농가들은 5톤 트럭 1차당 최대 운임비 100만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공사가 지원하는 물류비로는 감당하기에 턱없는 금액이 농가 부담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향후 김장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물량이 출하되면 하차 거래에 필요한 비가림 시설 면적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하차 거래를 위해 내린 총각무가 비에 젖으면 상품성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충남 지역의 한 총각무작목반 총무는 “김장철을 기대하고 1년 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농가들의 현실과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정을 펴는 것이 말이 되냐”며 “장기적으로 유통 현대화는 해야 된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통을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설을 우선적으로 현대화하고 실시를 해야지 농가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반발했다.

정용진 전국총각무생산자연합회 총무는 “당장 하차 경매를 위해 적재량을 줄여서 출하를 하고 있다. 적재량 감소에 따른 소득 감소가 고스란히 농가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김장철 성수기에는 하차 거래 면적 부족에 따른 자리싸움까지 벌어질 수 있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생산자에게만 부담을 돌리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지금은 팰릿으로 출하와 하차가 진행되고 있고 거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팰릿으로 출하된 물량도 5톤 트럭 기준으로 5000단까지 적재돼 적재량 감소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품목의 하차 거래에 비춰볼 때 경매 가격이 높게 나와서 운송비 증가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비가림 시설 면적은 차상 거래에서도 나타났던 문제이지만 면적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대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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