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조직화·브랜드 구축 교섭력 강화 급선무

세 배의 배상 책임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유통업체의 고질적인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히자 농산물 산지 조직에서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농산물 유통에서 대형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농산물의 경우 공산품보다 유통할 수 있는 기간도 상당히 짧아 산지 조직은 유통 업체와의 관계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소위 미끼 상품의 주 대상 품목으로 지목되고 있는 농산물 시장의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대형제조업체처럼 산지에서도 조직화와 브랜드 정립을 통해 유통 업체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13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 관행 개선 방안 등 ‘유통분야 불공정 거래 근절 종합대책’은 △대규모유통업법 집행체계 개선 △납품업체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 및 업계 자율 협력 확대 등 3대 추진전략과 이를 위한 15개 실천과제로 나뉜다.

대규모유통업법 집행체계 개선을 위해선 상품대금 부당 감액, 부당 반품, 납품 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보복 행위 등 고질적·악의적 불공정 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3배 손해배상제가 도입되고 지자체와 협업을 통한 분정 조정제도도 확대 운영된다.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2배 인상하고 논의를 거쳐 정액과징금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납품업체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분야에선 판매수수료 공개 대상을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까지 확대, 온라인 유통과 중간 유통 업체로의 불공정 거래 심사지침 제정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 시 대형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 의무 명시, 최저임금 등 공급 원가 인상 시 납품가격 조정 기반 마련 등의 실천과제가 담겼다.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 및 업계 자율 협력 확대와 관련해선 매년 중점 개선 분야를 선정해 집중 점검 관리하고, 적극적인 신고 유도를 위한 신고포상금 지급 확대 등도 시행한다.

▲농산물 산지에서의 환영 및 당부 목소리=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대형유통업체로의 출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농산물 주요 구매처가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2인 가구 증가와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 행태 변화 등으로 온라인 시장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산지 조직은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주로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대형화되고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도 높은 대형 식품 업체나 제조 업체에 비해 교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신선식품 특성 역시 산지조직엔 불리한 여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나온 이번 공정위의 불공정 거래 근절 종합대책은 산지조직엔 당연히 희소식이었다. 다만 유통 업체의 주요 행사 상품, 소위 미끼상품의 주 대상으로 농산물이 놓여있는 농산물 시장의 현실에서 이를 개선할 만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아 아쉬운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공정위 대책에서 미끼상품 근절과 관련해선 상품대금 부당 감액과 관련한 실천과제가 연계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소비자가와 같은 구체적인 가격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 없고 도매시장 가격도 수시로 변동하는 농산물 가격 특성상 상품대금 부당 감액과 관련한 실천과제도 농산물 미끼상품과 관련한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산지에서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체와의 거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선 산지 브랜드가 구축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산지 조직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모 산지유통센터 대표는 “이번 공정위 대책에는 환영하지만 납품업체 중 제조업체 중심의 대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농산물 산지조직엔 심각한 미끼상품에 대한 근절 대책이 확실히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도 있다”며 “농산물 미끼상품은 산지 조직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농산물 가격을 낮게 인식시켜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못한 행태”라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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