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밀 업계가 ‘재고 대란’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동 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진은 구례에 있는 우리밀 저장 사일로(대용량 저장탱크).

대화→강경 대응 태세 전환…성명서·기자회견 등 준비
가을 파종 두 달여 앞두고 '특단의 대책' 추진 필요성
구곡 재고 1만톤 시장 격리 지속적 요구 안 받아들여져  


구곡 물량이 소진되지 못한 데다 올해 신곡 물량까지 가중돼 곤경에 처한 우리밀 업계가 현 사태의 문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며 대외적으로 공동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여 새로운 국면이 예상된다.

16일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이사회 회의에서 우리밀 업계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진행해 온 대책 협의를 중단하고, 현 상황의 어려움을 대외에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방향으로 대응 태세를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대화에서 강경 흐름으로 대응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밀 업계는 우리밀 주산지별로 생산 농가와 주요 사업체가 주축이 돼 성명서와 기자회견 등을 준비하는 등 공동 행동 방안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움직임 중 처음으로 오는 29일 오전 전남도청 광장 앞에서 지역의 우리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우리밀 업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신곡 수매가 끝났고 가을 파종 시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곡 재고 물량 1만톤에 대해 처리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매가 끝난 신곡 물량(약 3만톤)까지 가중되고 있는 업계의 현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을 경우 생산 농가들이 생산 현장을 이탈하는 등 올 가을 밀 파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밀 재배 위축이 자칫 보리 등 맥류산업 전반과 겨울철 사료용 동계작물 생산까지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

또 다른 이유로 정부가 제시한 대책이 우리밀 업계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도 있다. 업계에선 구곡 재고 1만톤의 시장 격리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대부분이 시장 선호도가 낮은 백중밀 품종인 탓에 처리가 여의치 않은 데다 중소 가공업체들의 신곡 수매 자금 일부도 묶여 있어 민간 자체 역량으로 풀기 어려운 구조임을 강조하면서 정부에 대책 수립을 요구해 왔다.

이런 차원에서 농식품부와 관련 업계는 수차례 접촉을 통해 관련 대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뾰족한 해법 도출로 이어지진 못했다. 업계의 요구사항 중 알곡 담보 자금 지원은 시행될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최종적으론 무산됐다. 시장 격리 조치는 주정 처리로 가닥이 잡혔다. 농식품부는 주류산업협회와 논의를 거쳐 일부 물량(5000톤)에 대해 주정 처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우리밀 업계는 현 상황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대란’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수개월 전부터 울린 것에 비하면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소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현 재고는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농가 선호만을 이유로 백중밀 확산을 방치한 정책 당국도 책임을 갖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상황 극복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산밀산업협회 관계자는 “주정용 처리(시장 격리) 방안 등에 대해 정책적 접근 없이 주류산업협회와 조율을 하라는 식의 인식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올 가을 파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생산 농가와 협회 회원사들이 이제는 직접 행동에 나서 구곡 재고 1만톤의 시장 격리 조치 등 특단의 대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계가 요구한 알곡 담보 자금 지원 부분은 전례가 없고 조율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시행되기 여의치 않다”며 “또한 재고 처리를 위한 예산이 확보된 상황이 아니고, 주정 처리 부분 역시 우리밀 물량이 많이 반영될수록 다른 민간 부분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 정부도 사태 해결을 위해 여러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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