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농장의 우정규 대표와 아들 엄상현 실장. ‘집에서 놀 바엔 차라리 농장에서 놀자’는 생각에 농장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우 대표는 경북농민사관학교에 입학해 양돈 경영 관련 과정을 수료했으며, 지금도 각종 양돈 교육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다.

사양원칙 철저히 지키고
사육단계별 현황판 적극 활용
농장관리프로그램 적용 꼼꼼히
“누구라도 쉽게 이해 가능”

올인-올아웃 기본으로
하루 두 번씩 농장 내외부 청소
좋은 사육환경 유지 최선


29.2대 18. 아마도 양돈업계 종사자들이라면 금방 눈에 들어왔을 숫자다. 양돈 선진국인 덴마크와 우리나라의 돼지 생산성 지표인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를 비교한 것. 덴마크를 비롯한 네덜란드(28.1), 독일(27.2), 프랑스(26.2) 등의 양돈 선진국들은 MSY가 26마리를 넘어선 반면, 우리나라는 2007년 17.8마리에서 2016년 18마리(한돈팜스 기준)로 10년여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돈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질병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설적이게도 고돈가 분위기가 농가 생산성 향상의 걸림돌로 언급되고 있다. 높아진 돈가에 사육 공간 확대나 개선 없이 사육 규모를 늘리면서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사양 원칙과 설정해 놓은 프로그램을 철저히 지켜가며 꾸준하게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농가가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MSY 25.3마리를 달성하며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원 농가 중 이 부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경북 영천시의 ‘명성농장’이 그 주인공. 우정규 명성농장 대표와 묵묵히 우 대표의 뒤를 따르고 있는 아들 엄상현 실장을 만나 농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람을 잘 키우는 것이 먼저=우정규 대표와 남편인 엄홍우 씨는 농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활동가다. 우정규 대표는 여성농업인단체인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을, 엄홍우 씨는 농업계 최대 조직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까지 역임했을 만큼 두 사람 모두 농업계를 이끌었던 리더였다. 우정규 대표는 한여농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이제는 농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우 대표는 “아무리 기술이 좋고 사육 환경이 좋아도 돼지를 키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여성농업인단체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대하고 관리하는 것을 배운 것이 농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명성농장은 일관사육 형태의 농장으로 7월 말 기준 모돈 300마리 포함, 돼지 총 4045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인력은 우 대표 부부와 아들 엄상현 실장, 직원들까지 총 9명. 특히 직원들에게는 농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농장에 왜 필요한 지를 충분하게 설명 해주고, 가르치면서 이해시킨 결과 그 효과가 성적 향상으로 나타났다. 우정규 대표는 “낯선 일을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맡은 일에 적합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백신 접종과 같이 전문적인 부분은 농장 직원이 바뀔 때 마다 컨설턴트를 불러 교육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 관리의 기본은 ‘기록’=우정규 대표는 지난 2009년, 한여농 회장 임기를 마무리하고 때마침 남편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농장 일에 뛰어들었다. 그 전에도 농장 일을 챙기기는 했지만 ‘집에서 놀 거 차라리 농장에서 놀자’라는 생각에 농장 대표를 맡으면서 전면에 나서게 됐다.

우 대표가 농장 일을 직접 챙기면서 명성농장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우 대표는 사육단계별로 상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현황판을 부착하고, 또 농장에 갓 들어온 초보자, 외국인 직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별로 매뉴얼을 만들었다. 우정규 대표는 “현황판만 봐도 누구나 농장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누구든 매뉴얼만 보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며 “외국인 직원이 많지만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소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포유모돈, 자돈, 이유자돈 백신접종 현황은 물론 사료의 종류와 양 등 각 개체별 사육 관리 상황을 한 눈에 확인·점검할 수 있도록 기록·정리해 놓은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적용했다. 우 대표는 “농장 관리 프로그램은 엑셀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며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이 관리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개체별 정보를 보면 누구라도 현재 해야 하는 일을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농장 관리 상황을 ‘명성양돈종합일보’에 기록·정리하도록 해 그날의 농장 상황 파악은 물론 농장의 히스토리까지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0년 HACCP 인증을 큰 어려움 없이 획득한데 이어 2011년에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는데도 성공했다.

명성농장은 방역 등 농장 환경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엄상현 실장에 따르면 올인-올아웃을 기본으로 미생물 세척수로 하루에 두 번 씩 농장 내외부를 청소하며 좋은 사육 환경 유지 및 악취예방에 신경 쓰고 있다. 또한 돈방별로 별도의 장화를 신도록 하고, 별도의 발판 소독조를 운영 한다. 이와 함께 농장 출입 시 사람 및 차량 소독을 철저히 하고, 소독약도 계절에 맞춰 바꿔가면서 사용 중에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일상적으로 지속되면서 얻게 된 결과물이 바로 MSY 25.3두다. 요즘과 같은 무더운 여름철에도 큰 문제없이 농장을 경영할 수 있는 것도 기록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관리가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정규 대표는 “내가 농장을 맡기 전에도 명성농장은 MSY 20두 수준으로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발전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올해는 MSY 26두 달성이 목표로, 이를 위해 또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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