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청탁금지법이 농축수산물 소비위축과 연관성이 낮다’면서 법 개정의사를 미루겠다고 발언한 다음부터다. 그럼, 농민단체들이 생각하는 ‘개정안’은 무엇일까. 한국농축산연합회의 의견을 들어봤다.

청탁금지법과 청탁금지법 시행령 중 농업계가 지목한 개정대상은 한 군데씩이다. 청탁금지법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제3항제2호의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범위 안의 금품은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의 가액범위를 각각 3만원과 10만원, 5만원으로 정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17조(사교·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 등의 가액범위)다.

농축산연합회는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 기준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세운데다, 가액기준도 현실에 맞지 않게 설정되면서 농업계는 물론 요식업계까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농축산연합회의 주장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용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축산물 거래 및 외식업 동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올해 설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센트 판매액은 전년보다 25.8% 감소했다”며 “백화점 3사, 대형마트 3사, 농협유통을 대상으로 설 명절 전 4주간 선물세트 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설 식품(농축수산식품)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 설 대비 14.4% 줄었고, 설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 설 대비 25.8% 감소했으며, 국내산 쇠고기와 과일 판매액은 전년보다 24.4%, 31% 각각 축소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우려됐던 농축산물 거래와 외식 소비 위축이 뚜렷이 나타남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농축산연합회의 기본입장은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 시행령보다 모법인 청탁금지법의 수정이 먼저라는 판단이다. 농축산연합회는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2호에 ‘단 식량안보와 농업·농촌 보호를 위해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은 금품 등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탁금지법 개정안과 비슷한데, 정무위원회에는 이 같은 내용의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6건 머물러 있다.

또,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8호에는 ‘그밖에 다른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도 청탁금지법의 수수금지 금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는데, 농축산연합회는 ‘사회상규에 허용되는 금품’을 ‘1차산업 농산물’로 명문화하자는 의견도 밝혔다.  

농축산연합회는 두 번째 단계로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의 가액범위를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시행령 제17조에 ‘단 식량안보와 농업·농촌 보호를 위해 국내산 농축산물과 그 가공품은 제외로 한다’는 청탁금지법과 같은 단서를 달거나, 선물의 가액범위에 ‘선물 30만원 또는 중량 3kg 이내의 국내산 농축수산물’로 구체화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농축산연합회는 “금액만 일부 높일 때는 수입산만 더 유리해지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고, 국내산 농축산물보다는 수입산의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특히 한우의 경우 10만원 이하의 선물구성이 어려운 만큼 자칫 청탁금지법이 수입 쇠고기 촉진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농축산연합회는 “모든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수입산의 특성을 고려하는 가운데 같은 물량인데도 품목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선물금액을 늘리는 것 외에 3kg이란 중량기준을 새로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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