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무주머루와인생산자협회 회장을 맡게 된 이재국 회장은 무주 머루 와인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인 덕유양조에서 대표 주력 제품인 '무주 구천동 머루 와인'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적인 재료 '머루 포도'로
와인 빚겠다는 발상 빛 발해

20여년 생산 경험·노하우 바탕
지역 생산업체들과 협업 강화


청와대 선물용 와인 쓰이기도
'머루 와인 동굴'로 인지도 업


“무주 머루 와인의 한 단계 높은 도약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재료인 머루로 만드는 한국 와인을 많이 애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2일 만난 이재국 (사)무주머루와인생산자협회 회장의 말이다. 협회엔 무주군 내 와인 생산 및 판매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회장이 운영하는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인 ‘덕유양조’도 있다. 무주 지역에는 덕유양조를 비롯해 샤또무주, ㈜붉은진주, 산성와인, 산들벗 등 5개의 와이너리가 있으며 이곳에서 ‘무주 구천동 머루와인’과 ‘샤또무주’, ‘붉은진주’, ‘루시올뱅’, ‘마지끄’ 등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올해 협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20년 넘게 ‘머루 와인’을 생산해 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 생산업체들과 함께 무주 머루 와인의 소비·홍보 등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머루 와인의 새로운 도약을 자신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반 국내 최초의 머루 와인인 ‘구천동 머루 와인’을 세상으로 나오게 한 주인공이다. 당시만 해도 와인 문화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시기. 국산 와인 제품의 개발도, 국산 와인 제품을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도 모두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머루 포도’라는 한국적인 재료로 고급 수입 주류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와인을 빚겠다는 그의 발상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구천동 머루 와인’은 예상대로 초기 싸늘한 반응을 극복해야 했다. 점차 안팎의 호평 속에 국산 머루 와인의 입지를 다져 나가기 시작했다.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건배주, 2003년 청와대 선물용 와인, 2007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차관회의 만찬 공식 건배주로 선정된 데 이어 여수세계박람회 제2차 국제심포지엄 만찬주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다.

무주 머루 와인의 현주소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무주군은 국내에서 와인 생산 인프라 구축이 잘 된 지역 중 한 곳(경북 영천, 충북 영동과 함께)으로 꼽힐 정도가 됐다. 무주군에 따르면 무주는 전국 머루 생산량의 32%를 점유하는 머루의 주산지(125농가, 생산 면적 50ha, 연간 생산량 320톤)다. 해발 300m 이상의 고랭지, 연평균 일교차 12도, 머루 재배에 적합한 토양에서 생산된 산머루로 만든 머루 와인은 맛과 향이 뛰어나다. 또 크산토필에 의한 자주색 색소가 많아 활력 유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기준 무주군 내 5개 와인 생산업체가 약 260톤의 머루를 사용해 총 17만병 정도의 제품을 만들어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자체와 재배 농가, 와인 생산업체들의 긴밀한 협력이 핵심 동력이다. ‘머루 와인 동굴’ 개장도 머루 와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2009년 적상산의 양수발전소 폐 작업 터널을 활용해 만든 ‘머루 와인 동굴’이 지역의 주요 관광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머루 와인의 인기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11년에는 임산물 가공품으로는 처음으로 지리적 표시 임산물 제37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재국 회장은 “무주는 천혜의 자연과 기후 조건을 갖춰 머루의 품질이 좋은 데다 와인 업체들의 결속이 뛰어나고 지자체의 지원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그동안 우수한 와인 생산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었다”며 “또 국내 최초로 와인 동굴이라는 테마를 시도하며 많은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차별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짚었다. 이런 차원에서 이 회장은 7월 초 협회 회원업체들과 함께 일본의 와인공장 견학 등을 위해 일본 현지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자체와 생산업체, 생산자 모두의 역할이 요구된다”면서 “무주 지역은 산림 지대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연 환경을 활용하는 방안은 지자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며, 생산업체들은 공동 생산과 공동 판매, 공동 마케팅 등의 협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산자들도 적정 생산과 수급 조절을 염두에 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협회 회원업체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협회를 기존 사단법인에서 향후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회원 업체들과 논의해 볼 것”이라며 “지역 생산업체들과 함께 무주 머루 와인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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