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오르내리는 가격 불구
오를 때만 언론 가세 호들갑
소비자 보도 접하는 시점엔
오히려 최근보다 가격 낮아도
물가상승 유발품목 몰이 ‘억울’


오이 가격이 가장 낮은데 가장 높다고 알려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를 두고 품목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농산물 가격 동향 발표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 결과 오이는 물가 상승의 주요 품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월 대비 63.1% 상승했기 때문. 이에 언론에서도 오이는 연일 물가 상승을 유발한 주요 품목으로 인용되고 있고, 이는 7일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실제 7일 오전 9시 주요 포털사이트의 오이 가격을 뉴스 검색한 결과 메인 페이지엔 ‘오이 귀하신 몸’, ‘더 치솟은 오이 가격’, ‘(오이 가격 상승으로) 냉국 해먹기 겁나네’ 등 자극적인 보도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날 오이 시세와 최근 3년간의 시세를 비교해보면 이와 전혀 달랐다. 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백다다기 오이 100개 평균 도매가격은 3만4733원으로 지난해 8일(7일 일요일) 3만6997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2015년 8월 7일 4만3677원, 2014년 8월 7일 4만1694원 등 최근 3년간의 시세보다 낮았다. 이는 하계 휴장일 이후 경매 재개일을 기준으로 해도 같았다.

이런 현상은 오이의 품목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의 오이 가격 동향을 봐도 알 수 있듯 한 달은 물론 일별로도 오이 가격은 크게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월요일 기준 오이 가격 변화를 보면 1일 3만8393원, 8일 3만6997원, 15일 4만8634원, 22일 7만1496원 등 들쑥날쑥했다. 폭염과 폭우가 교차되는 8월 기후 특성에 더해 하루 날씨 변화에도 출하량 동향이 급격히 바뀌는 오이 품목의 특성 때문이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동향에 포함시킨 26개 채소류 중 오이뿐만 아니라 상추, 호박, 가지, 부추, 깻잎 등 과채류와 엽채류의 생육 특성상 다수의 품목이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동향이 발표되고 이 내용이 언론에서 재인용될 시점엔 이번 오이 현상처럼 해당 품목의 가격이 이와 정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이에 품목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농산물 가격 동향 발표와 재인용에 대해 비판 및 개선의 목소리가 산지와 유통업계에선 분출되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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