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쌀 산지 가격 지난해보다 '두자릿 수' 하락
재고 낮은 가격에 처리 등 유통질서 왜곡도 늘어


수확을 앞두고 벼가 누런빛을 띠며 서서히 고개를 숙이면서 농업인들의 얼굴도 누렇게 변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상황이 지금과 같으면 수확기에 쌀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철원군 동송읍에서 오대쌀 16만4000㎡를 경작하는 최모씨는 장마가 끝난 후 자신의 논을  돌아본 후 ‘작황은 나쁘지 않은데 가격이 문제’라며 깊은 한 숨을 쉬었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쌀 80㎏ 한 가마니의 산지 가격은 평균 15만8000원으로 지난해 17만7000원에 비해 11% 이상 하락한 상태다. 강원도 쌀 재고량은 1만9590톤으로 지난해 생산량 16만6394톤의 12% 정도다.

강원도는 지난 2015년 3만2299ha의 논에서 17만3674톤을 생산하던 것을 지난해 생산면적을 3만714ha로 4.2%를 줄였지만 재고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농업인들은 재고증가로 인한 쌀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소비량 감소와 대북지원 중단을 꼽았다.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kg으로 1985년 128.1kg에 비해 65.2kg이 줄었다. 정부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무상지원 또는 차관 형식으로 매년 40만톤 정도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지만 그 이후로는 지원을 중단했다.

재고증가와 산지 쌀 값 하락이 계속되면서 유통질서의 왜곡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H농협미곡처리장은 수매시기를 앞두고 재고 벼 700톤 정도를 수매가보다 17% 정도 싼 가격으로 민간 미곡처리장에 넘겼다. 올해도 이 같은 재고 벼 처리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많은 농협 미곡처리장들은 조합원들의 벼를 수매하기 위해 5만1000원 정도에 수매한 벼 40kg을 4만2000원 정도에 넘기면서 1억∼2억7000만 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한다.

민간업자는 벼를 싸게 사서 가공하여 쌀을 싸게 팔아 이익을 최대화하지만 농협미곡처리장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쌀값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농협미곡처리장 관계자는 지적한다.

7년 전까지는 민간업자들이 수확기에 벼를 확보하기 위해 농협보다 40kg 한포에 1000원 정도를 비싸게 사들였다.

현장 농업인들은 “쌀 소비촉진과 대북지원 재개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논에 밭작물을 생산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근원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밭작물 공급과잉 등 후폭풍으로 전체 농업이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고 걱정했다.

강원=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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