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이어 폭염과 폭우가 이어진다. 무덥고 습한 기상에 채소밭이 성할 리 없고, 생산이 줄어들어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소비자 가격이 올랐다고 언론에선 ‘배춧값 폭등’ ‘금배추’란 보도가 나온다. 정부는 물가대책회의를 열어 비축물량을 풀고,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반값 할인행사를 한다. 익숙하게 반복되는 장면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갖고 채소류 가격안정대책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를 찾아 수급상황을 점검했다. 정부가 농산물 수급상황을 체크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은 당연하다. 헌데 대책이란 것이 가격이 오르면 비축물량 방출, 할인판매, 해당 품목 수입 등 신속하게 발동되지만, 가격 하락시에는 늦거나 미미하다는 점이다.

농민은 속이 터진다. 이번에 장관이 방문한 안반데기는 해발고도가 1200m로 높아서 병해충 걱정이 적지만, 해발 600∼900m 정도의 여타 고랭지는 곳곳에서 배추가 썩고 물러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정부대책은 가격을 잡는데 집중될 뿐 농가피해와 소득감소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유비쿼터스 장치와 드론 등 첨단장비를 동원한다는데, 이것이 안정생산에 무슨 도움이 되는 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안정적인 생산과 수급 균형, 소득안정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단기적이고 계절적인 가격상승을 놓고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도 고쳐져야 한다. 노지채소는 기상조건과 병충해에 따른 변동이 심하고, 공급기간이 짧아 수급불안이 자주 나타난다. 김장철도 아닌 이 시기의 배추가격은 소비자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농정도, 언론보도도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짚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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