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손많이 가는 선별·포장작업 애로 해소
전문·안전성 필요한 판매·정산업무 대신해 줘야 


농협 전속출하를 통해 공동출하·공동정산을 하는 공선출하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최우선 과제가 ‘농가수취가격을 높이는 것’이라는 기본 명제에 덧붙여 수확 전·후 농가의 일손을 덜 수 있는 시스템 확대가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짓는 새로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사회의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인해 손이 많이 가는 선별·포장작업과 전문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판매·정산업무를 대신해 줄 곳이 절실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농협을 통해 출하를 할 경우 각종 수수료로 인해 농가수취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수취가격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어 주목된다.

문경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지역의 산지유통센터에 재배한 사과 전량을 전속출하하고 있다. 전속출하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직접 수확과 선별·포장·출하작업을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수확·선별·포장·출하까지 해야 했을 때는 수확철이 되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면서 “지역에 생긴 APC에 전량 전속출하하기 전에는 밭떼기로도 팔아보고 또 도매시장으로도 출하를 해봤지만 밑지기 일쑤였는데, 전속출하를 하고 난 다음에는 시세 이상은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천지역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B씨도 지역농협으로 전속출하를 하는 농가 중 하나. 농사규모가 1만6500㎡로 제법 많다보니 수확기가 되면 수확과 관련된 작업으로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APC로 전속출하를 하고 나서부터는 수확작업 말고는 할 일이 없어졌다. 컨테이너 상자에 수확한 복숭아를 APC로 넘기면 선별에서부터 최종 정산까지 모든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통장에 들어온 돈만 확인하면 된다.

상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C씨도 지난해부터 지역 APC를 통해 전속출하를 하면서 일손이 줄고, 줄어든 일손을 농장관리로 돌릴 수 있었다. 산지APC가 고령화되는 농촌사회의 새로운 노동제공처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APC가 전속출하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

특히 농가들이 직접 수확 후 선별과 포장, 출하까지를 직접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선별·포장·출하 등의 업무를 APC에 위탁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높은데, 이 또한 일반 출하보다는 산지농협 등이 운영하는 APC를 통해 출하하는 경우가 농가수취가격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향미 한국농어촌공사 전문주임연구원 등이 춘천의 한 농협 공동출하 내부 자료를 근거로 개별출하농가와 농가수취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APC를 통해 출하하는 농가의 수취가격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마토를 생산·출하하는 경우 개별출하 농가와 APC를 통해 공동출하하는 경우 농가수취가격이 각각 kg당 1157원·1253원으로 8.3% 높았다. 이는 개별출하농가가 도매시장 등으로 출하할 경우 kg 당 공제금액이 6058원, APC 출하농가의 경우 1만2323원으로 APC 출하농가가 지불하는 수수료가 2배가량 높았지만 판매금액이 높아지면서 최종 농가 수취가격이 높게 나타난 것.

이에 대해 이향미 연구원은 “APC를 통할 경우 선별·포장·판매 등에 수수료가 더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공동판매를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에 따라 최종 농가수취가격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여러 가지 변수요인은 있지만 ‘수수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취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로 인해 공동판매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