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농식품부 장관 개정의지 불구 권익위와 입장차
국회 정무위 행보 지지부진…농업계 의견 반영 먹구름
권석창 의원 농안법 개정으로 가액범위 완화 발의 주목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둘러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이견이 크다. 농식품부는 추석 전에 청탁금지법을 개정하겠다는 의견이지만,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을 시행한 지 1년 뒤에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청탁금지법이 농업계의 요구대로 수정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래서 농업계는 국회의 소임에 기대는 모습인데, 국회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청탁금지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계속해서 밝혔다. 농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와 장관 취임식, 출입기자 간담회 등 공식석상에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청탁금지법을 손볼 것을 예고했다. 그 시기는 추석 전. 

반면, 국민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을 보완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내면서도, 음식물·선물 등의 허용가액기준을 포함한 개정여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넘긴 후에 따져보겠다는 판단이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추석이 다가온다고 해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안맞다”면서 청탁금지법이 농축수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서 보완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농식품부와 국민권익위가 청탁금지법 개정시기에 입장차를 보이면서 추석을 앞두고 농업계는 국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역시도 청탁금지법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행보가 지지부진해 농업계에서 바라볼 땐 희망적이진 못하다. 새 정부 들어 정무위원회는 10차례의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모두가 인사청문회를 위한 전체회의였다.

정무위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때 여야 갈등이 컸다는 점에서 당분간 청탁금지법을 포함한 정무위 현안 위해 전체회의를 소집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말대로라면, 청탁금지법이 정무위에서 다뤄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농업계가 최근 권석창 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농안법 개정안의 핵심은 음식물과 선물의 허용가액기준을 농식품부와 해수부가 정하도록 한다는 것. 청탁금지법이 아닌 농안법 개정을 통해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음식물·선물의 가액범위를 완화하자는 의미다. 결국 농안법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법률이기 때문에 농해수위가 청탁금지법에 따른 농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도권을 잡고 가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권 의원은 “김영란법은 정무위에서 개정안을 심사하도록 돼 있어 농어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법안심사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의 강력한 반대로 정무위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농해수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해보면서 농안법을 개정하는 식의 해결방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농안법 제3조에 ‘농수산물도매시장, 농수산물공판장, 민영농수산물도매시장 및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에 대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농어민들의 생계 보호는 물론 식량안보 및 국민경제 안정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청탁금지법도 ‘적용배제’ 법률로 지정하고, 농식품부와 해수부가 따로 음식물과 선물의 금액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농안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이다.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배제해달라’는 농업계의 바람이 현실적으로는 아직 힘들다는 점에서 권 의원이 농안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권 의원은 “농해수위에서 법안을 심사한다면 대부분이 김영란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농어업은 보호가치가 크기 때문에 가액 제한을 더 완화하는 것이 국민정서로나 법리에도 맞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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