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 낮아 위약금 물 판"

▲ 성지동농원 송행식(50세)씨가 광양 옥곡면 옥수수 밭에서 수확하지 못해 말라가는 옥수수를 들어보이고 있다.

종자 판매 J종묘농산   
"고당도 보장한 적 없어"


“고당도 생식용 옥수수 종자라더니 당도가 안 나와 한 해 농사를 다 망쳤어요. 위약금도 물어야 하고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전남 광양시 옥곡면 소재의 1만6500㎡(5000평) 밭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성지동농원 송행식(50) 씨가 불량종자를 구입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송 씨가 이번에 심은 ‘골드스타’는 중국에서 채종해 J종묘농산이 올해 처음 수입한 생식용 옥수수 종자다.

송 씨는 올해 광양 옥곡면의 농약방에서 ‘골드스타’ 종자 4만8000립을 아시아종묘의 ‘초당옥수수’ 종자 4만립과 함께 구입, 각각 하우스 16동(3200평)과 9동(1800평)에 재배했다.

지난달 수확 과정에서 당도를 측정한 송 씨는 ‘골드스타’ 옥수수의 당도가 4~5브릭스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함께 심은 ‘초당옥수수’ 18브릭스와 시판 중인 생식용 옥수수 평균 당도 15브릭스에도 한참을 못 미치는 수치다.

문제는 “J종묘농산이 ‘골드스타’ 품종을 18brix이상의 고당도 ‘초당옥수수’와 같은 품종이라고 이야기하며 팔았다”는 송 씨의 말과 “생식용으로 팔았을 뿐 고당도를 보장한 적은 없다”고 말하는 업체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종자를 판매한 옥곡 신금농약방 정양훈(42) 씨는 “J종묘농산에서 ‘초당옥수수’와 같은 종자라고 소개받고 정상품을 판매했을 뿐 당도에 문제가 있을 줄 몰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송 씨는 “요즘 찰옥수수도 당도가 5브릭스 이상 나오는 품종들이 많은데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며 “종자 포장지에도 ‘당도가 높아 생식용으로 좋아요’라고 적혀있는데 황당할 뿐이다”고 말했다.

재배 전 충북 괴산의 농가와 당도 15브릭스 이상 조건으로 옥수수를 개당 400원에 납품키로 계약한 송 씨는 이번 피해로 3600만원의 손해를 봤다. 앞으로 1000만 원 가량의 계약위반에 따른 위약금도 물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당장 다음달 2기작으로 재배할 양상추를 심지 못해 2500만원 가량의 2차 피해가 발생할 위기에 처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옥수수를 모두 수확한 후 땅을 갈고 있어야 하지만 보상을 받기 위해 옥수수를 방치하고 있는 것.

송 씨는 “최소한 하우스에 와서 문제가 된 옥수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논의해야 할 업체 관계자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며 “J종묘농산 전남 지점장이 피해가 발생한 밭을 방문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본사와 이야기해야 한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고 말했다.

이어 송 씨는 “해를 거듭할 수록 지역에서 종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과의 싸움에서 농민들은 항상 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에 종자회사들의 횡포를 막고 농민들의 권익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J종묘농산 관계자는 “종자 시험재배를 통해 골드스타 품종이 9~10브릭스 가량의 당도가 나오는 것을 확인 후 판매했다”며 “정상적인 생육으로 수확이 가능한 상태에서 단순히 당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상을 해줄 순 없다”고 반론했다.

광양=김종은 기자 kimj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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