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기질 비료시장은 연평균 3%의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시장은 오히려 줄고 있다. 연간 1조원이 넘던 무기질 비료시장은 70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이제는 부산물 비료의 9000억원대 시장보다 작다. 한때 금비(金肥)로 지칭돼온 무기질 비료의 위상이 친환경농업의 강화라는 추세 속에서 심하게 추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질 비료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무기질 비료시장이 축소되면 가장 먼저 해당비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경영압박을 받게 된다. 무기질 비료공장은 대규모 플랜트 설비이기 때문에 쉽게 폐기하거나 신설할 수가 없다. 비료의 생산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단기간 내 설비를 시장변화에 적응해서 축소하기가 어렵다. 시장축소의 경우 무기질 비료기업들은 당분간 고정비의 누증을 감내해야 한다. 해당 시장의 축소가 장기화할 경우 설비의 축소와 업종 전환이 불가피하게 된다. 국내 무기질 시장 크기의 변화추세를 보면 무기질 비료기업들은 심각한 경영위기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무기질 비료가격은 식료품이나 농촌노임에 비해 가격인상이 더디다. 농협에 의한 최저가 입찰과 계통구매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무기질 비료는 농협이라는 채널을 통해서 농민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료가격은 거대 일인 수요자 독점체인 농협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된다. 수입 원료의 단가는 시장변화와 달리 고정적이며 대체로 상대적으로 낮다. 브랜드비료에 대한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농산물 생산비 인하의 대상으로 무기질 비료가 지목됐고, 생산비의 변화와 무관하게, 비료가격의 인하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원재료 수입에 의한 가공, 생산을 기본적인 생산시스템으로 하는 국내 토종 무기질 비료회사들의 원가조절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세계시장에서 형성되는 원료가격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세계 비료 원료시장에서 수용자일 뿐이다. 더욱이 국내 시장에서 물량과 판매 가격은 농협의 주도하에 놓여 있다. 원료에서는 외국 원료기업에, 생산한 비료는 농협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넛크랙커’(Nut Cracker, 호두를 까는 기계처럼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현상), 진퇴양난에 국내 토종 무기질 비료기업들은 처해 있다. 무기질 비료의 유통구조혁신과 함께 제3차 산업의 구조조정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무기질 비료기업으로서 자율적인 물량과 판매가격에 대한 결정력이 강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위 기능성 비료라는 것의 개발도 어렵게 될 것이다. 국내 무기질 비료산업은 전통적인 제품의 생산에만 치우치다가 점점 퇴보하든지 유통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한 약진을 하든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만약 토종 무기질 비료산업의 발전을 지향한다면 국내시장에서 무기질 비료기업들의 자결권 보장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지금과 같은 도급제 비슷한 생산과 판매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리 구조조정을 해도 그 효과는 반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토종 무기질비료산업과 기업들은 백척간두에 서있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