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최저가 보장 방안부터 마련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으로 생활하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1시간 기준)으로 결정됐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이뤄진 당연한 조치지만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내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농업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설재배 농가들은 벌써 인건비 상승분을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아우성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파생될 여파에 대해 걱정하는 시설농업 현장 목소리와 정부의 대책을 살펴본다.  


낮은 채소값에 인건비 부담 가중 시설농업 '적자 허덕'
내년 외국인근로자 월급 200만원 훌쩍…숙식비도 떠안아
산업연수생 제도 추진 등 외국인근로자 고용 전환 필요


▲농업현장의 문제 제기=폭염 주의보가 발효된 7월 19일, 파주시에 위치한 단동하우스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밀려온다. 한낮 기온이 31℃를 넘어서는 폭염에 차광막을 설치했다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폭염 속에서도 정일농장 김정일 대표(56세/농업경영인)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영도매시장에 출하할 근교 채소 수확과 포장에 여념이 없다. 김 대표는 현재 1만 여평의 농지를 임대해서 단동하우스 50동에서 상추, 열무, 갓 등 근교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요즘 김 대표에게 한 가지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가득이나 채소 가격이 낮은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도 문제지만 인건비 부담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다. 이곳은 외국인근로자 5명을 포함해 총 10명이 상시적으로 일하고 있다. 주변 하우스 농가들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80~90%는 외국인근로자들이다. 나머지 국내 인력은 70~80대 할머니들이 메운다. 그러다보니 같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 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더 많다. 기숙 시설과 쌀, 반찬 등 부식비까지 부담한다.

김 대표의 근심이 깊어진 것은 고용 방식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근로자는 고용허가제 방식으로 근무하는데 3개월 연수 기간이 지나면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 6470원이 적용된다. 외국인근로자는 농업 특성상 하루에 8~10시간씩 일하며, 1달 평균 225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1달 월급은 145만5750원 정도인데, 농기계를 자유롭게 다루는 숙련된 이들에게는 170만원을 지급한다. 숙식비는 별도로 지출되며, 1인당 월 평균 20~30만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을 적용하면 당장 1인당 인건비는 170만원(월 225시간 기준), 숙달된 근로자는 200만원을 줘야 한다. 농업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김정일 대표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수입 지출내역을 정리해 보니 3000만원 적자였다”라며 “주변 몇몇 농가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다들 적자에 허덕인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은?=농가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원인은 간단하다. 지난 1월부터 상추 등 근교채소 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2016년 가락도매시장에서 적상추 1~2월 평균 경매가격은 2만5000원(4kg 상자/상품기준)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7100~1만원에 불과했다. 20년 전 가격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쌀값이 낮아 시설원예로 많이 돌아선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농장에서 출하하는 열무 4kg 1상자에는 5단 묶음이 들어간다. 경영비를 보면 박스비 780원, 운임 800원, 수수료 7%(상하차비 포함), 작업비 600원 등이며, 부수적인 비용도 많다. 여기에 농자재비, 농지 임대료(1평당 연간 2500원) 등을 포함시키면 평균 거래가격이 5000원 이상 나와야 적자를 면한다. 그런데 가락시장 1~2월 열무 가격은 상.하품 포함해서 상자당 2700~6600원 수준이었다. 

농민들도 최저임금 인상에는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농산물의 경우 최저생산비 보장조차 안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농산물은 물가를 발표하는 당국에서 보면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전락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정일 대표는 “공산품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고정적으로 가지만 농산물은 오르내리다 보니 물가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항상 거론된다”라면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라는데 농산물에 대한 최저가격 보장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제도 개선도 필요=농업 현장에서는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위한 제도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용허가제는 개인별 숙련도가 명확하게 차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동일하게 지급해야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허가제 도입 이전에 추진했던 산업연수생 제도로 다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 분야도 최소한 1년 정도 재배기술 습득이 필요하고, 현장 적응까지 진행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일 대표는 “일본, 대만은 산업연수생 제도로 운영돼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자국민 최저 임금의 70~75%를 받는다고 알고 있다”라며 “우리도 산업연수생 제도로 전환해야 그나마 최저임금이 상승하는 여건에서 농가들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임대 농가들이 당당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현재 대다수 임대농가들은 경영체 등록을 할 수 없다. 이것은 8년 자영농을 해야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제도 때문에 부재지주가 경영체로 등록한다. 고정직불금도 당연히 부재지주가 받아가는 구조다. 농지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직거래 관행 개선=근교채소 농가들은 경영비 절감을 위해 대형유통업체와 김치가공공장 등과도 거래하지만 소득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형유통업체 마진이 30% 수준이고, 가공공장 납품 단가는 쉽게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김정일 대표는 “내가 한 김치공장에 12년 동안 농산물을 납품했는데 거래 업계에서 처음으로 최근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라면서 “처음 거래할 때 6000원에 판매했던 제품이 1만원으로 인상될 때 원료 농산물은 딱 300원 올랐다”라고 밝혔다. 

그는 “갑에 위치한 회사들이 협력 업체와 더불어 잘 살려고 해야 하는데 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안 한다”라며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농민들은 쓰러져 버린다”라고 주장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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